"랩 하며 눈감고 싶었다" 칠곡 '할매 래퍼' 서무석 할머니, 암 투병 끝 별세
2024.10.15 14:30
수정 : 2024.10.15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북 칠곡군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만학도 할머니 8명이 결성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15일 오전 8시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칠곡군 지천면 황학골에서 태어난 서씨는 지난해 8월 칠곡군이 기획한 할매 래퍼 그룹인 수니와 칠공주 초기 멤버로 뽑혔다. 서씨는 그간 ‘그룹 동료’들과 함께 7곡을 만들었고 신문과 방송, 외신, 광고 등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세계 주요 외신을 통해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국내외에서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서씨는 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병원 측에선 서씨에게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내렸으나, 서씨는 수니와칠공주 활동을 위해 암 투병 사실을 숨긴 채 9개월 넘게 생존하며 래퍼 활동을 지속했다. 암이 전이되는 상황 속에서도 주 2회 연습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등 열정을 불태워가며 무대에 섰다.
그 결과 수니와칠공주는 각종 방송과 정부 정책 영상,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지난 4일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한글주간 개막식’에 참가해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담은 곡인 ‘환장하지’, 배움의 기쁨을 노래한 ‘나는 지금 학생이야’ 등을 공연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일부터 건강이 더욱 악화돼 입원했고,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씨 장녀 전경숙(65)씨는 “(어머니가)가족들 외엔 암 투병 사실을 모르게 해달라고 했다”며 “래퍼 활동하시며 행복해하는 어머니 모습을 뵈니 말릴 수가 없었다. 어머님 입장에선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신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오는 16일에는 수니와 칠공주 멤버들이 빈소에서 서씨를 추모하는 랩 공연을 할 계획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투병 중에도 열정을 불살라 사람들에게 ‘늦어도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준 서무석 할머니를 잊지 않고 추모하겠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