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니 성장株 산다고? 아직은 실적株에 주목할 때"
2024.10.15 18:16
수정 : 2024.10.15 18:32기사원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 경제가 3년여 만에 통화긴축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됐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의 배경에는 내수부진 우려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인 만큼 시장에서는 내수진작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ㅡ이번 금리인하의 의미는.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이번 한국은행의 결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금리인하다. 현재 3개월 안에는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 등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인하는 시장에 등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들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예상됐던 흐름이었기 때문에 '서프라이즈 모멘텀'은 아니었다고 본다. 앞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에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했을 때 이들 국가는 금리인하를 사이클적으로 계속 가져가려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가계부채 이슈 등으로 금리인하 이후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인하 자체는 다른 국가들과 발을 맞춰가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ㅡ금리인하로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박 지점장=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내리는 것이 당연히 내수진작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들거나 그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부채 규모가 그대로 유지돼야 이자가 줄어들고, 소비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금리 0.25%p(1bp=0.01%p) 낮춘 것이 내수에 크게 도움이 될까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이 부장=실질적으로 대출금리 등 부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변수들을 확인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확실하게 떨어지고,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들을 덜어내야 한다. 이후 실제 소비로 도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부채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내수경기가 확실하게 올라오는 흐름이 나오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ㅡ금리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좁혀졌다. 향후 원·달러 환율 전망은.
▲박 지점장=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5원대였다. 코로나 이후 현재는 1300원대가 고착화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고령화·저출산 등 여러 이유로 경제 탄력성이 조금씩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환율의 하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ㅡ금리인하기에 들어섰다.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이 부장=실적 장세와 유동성 장세가 합쳐지면서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히 '금리인하기=성장주'보다는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는 종목들을 추천한다. 성장주 중에서도 실적이 확실하게 들어오는 업종이나 경기순환 업종에서도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는 내년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이익 개선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계속 들고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경기순환주 중에서는 자동차, 기계, 조선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의 경우엔 지난 9월 미국이 빅컷(0.5%p 기준금리 인하)을 하기 직전에 채권금리가 많이 내려왔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채권투자의 매력은 다소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원자재 쪽에 투자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박 지점장=채권금리가 미국 금리인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반등하기도 했다. 또 현재 초단기채의 경우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단기채나 중기채 중심으로 채권을 어느 정도는 담는 것을 권한다. 특히 국채의 경우 위험 가능성이 작고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서는 원금 회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측면에서 외화자산, 특히 달러는 조금씩 갖고 가자고 말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달러와 코스피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위기일 때 위험 헤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