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로 논 작업 중 다른 사람 다쳤다면…'교통사고'일까?

      2024.10.16 08:36   수정 : 2024.10.16 08: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논에서 트랙터로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교통사고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 취지로 1심을 파기환송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 광주 광산구의 논에서 트랙터를 조작하다가 피해자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트랙터 운전 교습을 해주고 있었다. B씨가 먼저 로터리 작업(밭 갈기) 시범을 보였고, 교대로 운전석에 올라탄 A씨는 뒤에 있던 B씨를 미처 보지 못한 채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회전 날에 B씨의 오른 다리가 말려 들어갔고, B씨는 허벅지가 절단되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건의 쟁점은 A씨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업무상과실치상죄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였다.

1심은 교통사고처리법을 적용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교통사고처리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데, 이 사건에서 B씨는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트랙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고, 이 사고는 트랙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교통사고처리법이 적용될 사안이 아님에도, '교통사고'로 판단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트랙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논에서 로터리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교통사고처리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광주지법에서 1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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