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가 걷던 그 통로를 내가 걷고 있구나" 이집트 '덴데라 신전'
2024.10.18 07:05
수정 : 2024.10.18 07:05기사원문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룩소르 가는 길에 덴데라 신전을 먼저 들렀다.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느낌이 좋다. 입장료는 약 5000원 정도. 돈을 건네기도 전에 매표소에서 표부터 주자 탄이 당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정을 지나니 넓은 광장이 펼쳐졌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타일 바닥에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야자수가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이국적으로 보였다. 이곳 덴데라신전은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의 신전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 신전'.. 들어서자마자 "대박" 감탄
높은 구조물이 가까워지자 신전이라 생각한 것은 커다란 정문이었고 양옆으로 길게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옛날에는 튼튼한 성벽이 신전을 둘러싸며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문 앞 기둥은 코린트양식이었는데 이집트와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클레오파트라 시절은 로마, 그리스와 활발한 교류를 해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 이곳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높이 솟은 정문에는 아름다운 부조가 가득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교과서에서 본듯한, 이집트 하면 딱 생각나는 바로 그런 부조들이다. 안쪽 뜰에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유물들이 놓여있었다.
덴데라 신전은 정면에서 보면 좌측 3개, 우측 3개 총 6개의 거대한 기둥이 보이는데 기둥 상단에는 4면을 돌아가며 여자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토르 여신이겠지만 클레오파트라를 형상화한 건 아닐까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높고 굵은 기둥들이 늘어서 있고 모든 벽과 천장까지 아름다운 벽화와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조각되고 채색되어 있었다.
"대단하다.", '대박~!"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클레오파트라가 걷던 그 통로를 내가 걷고 있구나 하는 묘한 신비감에 푹 빠져본다.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벽과 기둥에 검은 얼룩이 잔뜩 있는 것이 곰팡이가 생긴건가 안타까웠다. 습할리가 없는 기후인데 웬 곰팡이일까. 뭔가 다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자 매우 높고 꽤 넓은 방이 나왔다. 벽에는 빈틈없이 매우 수준 높은 솜씨의 장인이 새긴듯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부조로 조각되어 있었다. 다만 군데군데 이집트 신의 부조를 송곳같은 것으로 의도적으로 열심히 찍어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훼손된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했다. 군데군데 채색이 남아있는 곳이 있는 것을 볼 때 아마 처음에는 이 신전 전체가 다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신전이 가장 아름다웠을 원래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았다.
신전 안쪽에는 작은 방들이 여러개가 있었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가보고 싶어 열심히 돌아다녔다. 방의 천장마다 햇빛이 들어오도록 구멍이 나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 구석에 지하로 가는 계단으로 사람들이 막 내려가고 있었다. "와, 우리도 따라가자!" 옆에서 현지 아저씨가 머리를 조심하라고 알려주신다. 아래에 뭐가 있다고 하는데 잘 못 알아듣겠다. 좁은 계단을 쪼그리며 내려가자 아래층에는 사람이 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좁고 긴 복도처럼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벽에 까맣게 손때가 빈틈없이 묻어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하의 복도에도 빈틈없이 온통 섬세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조각돼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뭘 위한 공간인지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그저 한번 내려와 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올라갔다. 돌아다니다가 이번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입장할때 기본 입장권 외 추가로 50파운드(2000원)정도를 더 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뭔지 몰라 그냥 기본으로 사서 들어왔는데 혹시 여기가 그곳이 아닐까?", "올라갔다가 돈내라고 하면 그냥 내지 뭐." 하면서 계단을 쭈욱 올라갔다. 몇 천년전 만든 계단 그대로인지 바닥이 많이 닳아있다. 계단에도 발딛는 곳외에는 전부 부조가 조각되어 있었다.
중간에 작은 방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창문으로 우리가 지나온 아래층이 보인다. 다시 끝까지 올라가자 신전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는 천정이 뚫린 방같은 곳도 있었고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신전을 둘러싼 성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대단한 크기의 신전이었음이 실감이 된다. 옥상 끝에 작은 방같은 공간이 있었다. 넋을 잃고 벽에 조각된 상형문자들을 보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How would you like it?"(어때요?), "아 정말 멋져요.", "디테일이 엄청나죠.", "네 정말 놀랍습니다.", "중국에서 왔나요?", "아뇨, 한국에서 왔어요. 저는 이집트를 사랑해요. 우리는 무척 즐겁게 구경하고 있어요." 이집트 사람인 듯한 남자분이 영어를 꽤 잘하셨다.
천장에 아름다운 별자리.. 알고보니 모조금, 원본은 프랑스가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그분은 우리를 안쪽으로 데려가 조디악에 대해 물어보고 특별한 천장문양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알고보니 그 방은 이집트 신전에서 보기 매우 드문 황도12궁, 즉 별자리와 동물들을 정교하게 부조로 조각해놓은 천정이 있는 곳이었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자기의 별자리 동물을 찾아보며 매우 기억에 남는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안타깝게도 우리 덴데라신전에서 본 것은 모조품이고 원본은 프랑스인들이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고 한다.
신나게 설명해주신 아저씨는 우리가 이집트에 와서 좋다며 환영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뜻밖의 설명과 환대의 말에 우리는 무척 행복해졌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돈만 밝히는 이집트 사람들'이라는 선입견, 와사삭 깨져버렸다
이집트 사람들은 돈만 밝히고 외국인은 호구로만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경찰들과의 에피소드와 오늘 이렇게 친절한 분을 만나니 우리 선입견이 와사삭 깨져버렸다. 내려가다 또 만난 아저씨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모하멧씨였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에도 계단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올라온 곳과 다른길로 내려갈 수 있었다. 올라온 계단은 빙글빙글 돌며 올라와야했는데 이쪽 계단은 1층까지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먼저 1층에 가서 내려오는 탄이를 바라보았다. 탄은 넘어질게 걱정되었는지 땅만 보고 내려오고 있다. "밑에만 보지 말고 벽을 좀 봐바~" 그러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더니 눈앞의 벽화가 신기한 듯 만지려고 손을 든다. "만지지는 말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 맨들맨들해졌지만 그래도 우리 한명이라도 더 보태지는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신전 내부를 다 둘러보고 성벽과 외부 조각들도 빠짐없이 구경했다.
고대 이집트 유물과 그래픽이 너무너무 좋아서 우리집 벽을 이렇게 해놓고 살고싶다고 했더니 탄이 "하면 되지."란다. 웃을 수 밖에ㅎㅎ
과일, 동물, 식물등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각들을 보아도 보아도 지겹지 않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마음껏 구경을 잘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덴데라신전 관람 후 다시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룩소르로 간다. 아침에만해도 그 난리를 치고 걱정과 불안에 떨었는데 이제 이집트는 좋은 곳이라며 생전 받을일 없던 경찰 에스코트를 호사스럽다며 즐기면서 갔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vvGcaA2XK0Y?si=LR7yj2KqwaAltpET>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