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직접 지원 또 빠져…"이러다 주도권 놓친다" 위기감
2024.10.16 18:23
수정 : 2024.10.16 18:23기사원문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반도체 산업은 국가대항전 양상을 띠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우리만 간접 지원을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술격차가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중일은 보조금 수십조원씩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보조금을 통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101조원, 미국은 68조원, EU는 62조원, 일본은 매년 10조~20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하며 자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도권 지원 쏠림 △재원 부족 △기존에도 충분한 재정·금융·인프라 지원 등의 이유로 직접 보조금 살포에는 난색을 보인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과 대만 등 경쟁국이 기술추격을 해오는 가운데 향후 인공지능(AI)과 항공우주 등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들은 "직접 보조금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 반도체 업계는 전쟁이다. 남들이 대포를 쏘는데 우리도 대포를 가지고 나가면 안 된다"며 "기술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금 투입하는 것 이상의 대규모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기술산업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한 나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됐다"며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이 대기업에 대한 혜택이라고 비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특별법 통과 속도 내야"
윤상직 전 장관도 "지금은 위기다. 우리 국민들, 우리 정치권, 정부가 위기의식을 못 느끼면 어떤 지원이 가능하겠냐,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반도체는 외환외기 같은 전쟁"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고 패권을 뺏기면 우리 국가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도 D램이 한계에 달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현재 D램과 낸드 시장에서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4분기에 이미 10%, 13%에 달했다"며 "아직은 이들이 서방세계에 수출하지 못하기에 중국 내수에 기반하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의 대중 규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협회는 "업계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 내놓은 대책"이라며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하겠다고 한 정부의 발표는 미래지향적인 건설적 내용"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만큼 법안 통과가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