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여야동수', 협치는 않고 싸움질만...경기도의회 곳곳서 파행·무산
2024.10.20 11:00
수정 : 2024.10.20 11:00기사원문
그러나 기막힌 여야동수의 반복은 팽팽한 기싸움으로 이어지며 모든 갈등을 원인이 되고 있다.
양당 모두 여야동수라는 처음 겪는 정치적 상황을 '협치'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후반기 도의회는 K-컬처밸리 행정조사 특별위원회 파행, 10년만에 인사청문회가 무산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결국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쏟아지며 '여야동수'가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기막힌 여야동수 반복'
20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민주당 고(故) 김판수 도의원의 공석으로 경기도의회가 또다시 여야동수를 이루었다.
현재 도의회 의석수는 민주당 76명, 국민의힘 76명, 개혁신당 2명으로, 지난 2022년 7월 출범한 제11대 경기도의회는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야동수'라는 기막힌 결과로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다수당이 사라져버린 양당체제에서 누가 우위를 선점 할 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오갔다.
전반기 도의회의 경우 국민의힘의 내분으로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후반기 도의회는 새로운 양당 대표단 선출 등을 원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도의회의 여야동수 역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다.
처음 78대 78이었던 의석수는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한때 변화를 겪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의원 2명과 지병으로 별세한 의원 1명 등 모두 3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진행됐으며, 국민힘에서 1석, 민주당에서 2석 등이 줄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이었던 도의원 2명이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여야동수는 민주당 74명, 국민의힘 76명으로 바뀌며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4·10 총선 결과 ,보궐선거 3개 선거구 모두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77대 76으로 다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1석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후반기 도의회에서도 의장을 배출하며 남은 임기를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 투명 중이던 김 전 도의원이 별세하면서 의석이 1석 줄어들었다.
돌고 돌아 결국 76대 76이라는 여야동수가 또다시 맞춰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별세한 김 전 도의원의 지역구인 군포4선거구와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 뒤늦은 사퇴로 공석이 된 성남6선거구 등 2석의 경우 내년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어서 도의회 여야동수에 또 한번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증인채택 갈등...K-컬처밸리 특위 파행
경기도의회 여야동수가 '저주'로까지 표현되는 이유는 힘의 균형이 불러온 갈등에 따른 것이다.
우선 경기도 최대 현안인 K-컬처밸리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운영을 둘러싼 파행만 보더라도 그렇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는 지난 6월 28일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2016년 5월 체결한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해제하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전체 공정률이 3%에 불과했기 때문이지만, 이후 고양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9월 23일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하고, 검증에 나섰다.
특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7명씩 모두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오는 12월 21일까지 90일간 운영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도가 K-컬처밸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주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경기도가 수용하지 않은 이유, 중재안과 관련한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결과 통보 전에 협약 해제를 한 이유, CJ라이브시티가 주장하는 전력 미공급 등 공사 지연 책임소재 문제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특위는 회의 2번만에 증인 채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파행됐다.
국민의힘에서 전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도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양당은 증인채택에 대한 논의를 나중에 하는 것으로 특위 운영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는 상태다.
10년만에 인사청문회 무산...직무유기 비판
여야동수의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도의회 여야가 K-컬처밸리 특위 운영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동안 경기도의료원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후보자들에 대한 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10년 만에 무산됐다.
도의회의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지난 2014년 9월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최초 도입됐다.
도의회는 지난달 29일 도가 요청한 경기도의료원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하고 처리 기간을 넘겼다.
K-컬처밸리 사업 협약해제 문제로 인사청문회가 뒷전으로 밀린 데다, 인사청문특위 구성 등 청문회 관련 조례 개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특위 위원 선정에 대한 당내 갈등 등이 겹치며 2개 상임위원회 모두 의사일정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양당은 각각 성명을 내고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갈등으로 인사청문회가 무산 된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 파행 속에 인사청문회를 열리지 않으면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 8일 경기도의료원장에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에 김민철 전 국회의원을 검증 없이 임명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