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요예측 부진 전망...IPO 흥행 불투명

      2024.10.17 16:34   수정 : 2024.10.17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나선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수요예측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대비 수익성은 낮은 반면 희망 기업가치는 높아 기관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확정한 최종 공모가를 18일 공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은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관들은 주당 9000원대도 비싸다고 판단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모가 하단 미만인 8500원 선에서 확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대비 수익성은 낮고, 희망 몸값은 높아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과 자본총계는 카카오뱅크의 3분의 1 수준이다.
플랫폼 성장 핵심 지표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케이뱅크는 400만명, 카카오뱅크는 1500만명으로 4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케이뱅크가 제시한 희망 기업가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2.56배 수준으로, 현재 카카오뱅크 PBR 1.62배보다 높다. 실적이 낮은데 희망 가격은 비싸니 기관들로서도 공격적으로 수요예측에 나서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한 운용역은 "카카오뱅크의 현 시가총액이 10조8000억원대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간 MAU 차이가 약 4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적정 주가는 사실 6500원 수준"이라며 "상장 프리미엄을 더해도 8500원 남짓으로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년전 카카오뱅크가 수요예측 흥행으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상장 당시 희망 공모 범위(3만3000~3만9000원)의 최상단인 3만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모두 희망 공모 범위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고평가 논란에도 기관 투자자들이 은행보다는 '플랫폼'에 주목해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상장으로서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케이뱅크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케이뱅크의 경우 현 실적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가 있다. 업비트 의존도도 높고, 유통 가능 물량도 많아 상장 뒤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상장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지난해 수요예측 부진에도 상장 뒤 주가가 급등한 에코프로머티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2차 전지주인 에코프로머티는 수요예측에 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인 3만6200원에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 뒤 한 달간 주가가 488.3% 폭등하면서 연말 IPO 랠리를 주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 역시 수요예측에서 부진하더라도 상장 이후 성적표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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