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기 피해 109명 만나 합의 설득했죠"
2024.10.17 18:04
수정 : 2024.10.17 18:04기사원문
법무법인 중현의 조성훈 파트너 변호사(35·변호사시험 9회·사진)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 변호사로서 중요한 능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통상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형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이 사건은 이른바 '주식 리딩 사기' 사건으로 피해자만 230여명, 피해금액은 37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피해자들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터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1심에서 피고인이 합의한 피해자 수는 11명뿐이었다.
항소심을 맡았던 조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연락한 끝에 109명의 피해자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총 120명의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처벌불원서를 받았던 것. 법원에서는 다수의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했고, 의뢰인은 형을 감경받았다.
사기 수법이 디지털화되면서 피해자 수와 금액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어나면서 합의도 어려워지는 추세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이 합의금에 한계가 있기에 변제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숨기고 합의서만 제출하기를 바란다거나, 고액 피해자보다는 소액 피해자 여러 명을 합의하기를 바라고 있어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사정을 인지하고 합의서 제출만으로는 일정한 한계를 설정해 양형에 반영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변제한 금액이 얼마인지, 피해자가 진정 자유로운 의사로 피고인과의 합의를 승낙한 것인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합의가 능사는 아니다. 결국 전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판결로 진행할 경우와 조정으로 진행할 경우의 각 예상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전달한다"며 "재판이 길어질수록 상대방 때문이 아닌 자기 스스로 화가 계속돼 고통받는 경우가 많은데 최종 판결까지 갈 것인지 냉철히 판단해 화해나 조정 등으로 신속하게 분쟁을 종식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속에 화를 품고 있는 것은 마치 자신이 독약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문구를 항상 가슴속에 새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사건 해결을 위한 노하우로 "시간 약속과 의뢰인과의 의사소통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회복적 사법이 이뤄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금원을 회수할 수 있도록 검사가 추징·보전한 금액의 집행 방법을 고민하고 가상화폐에 관한 실질적인 집행방안을 연구해 이를 실무에 적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