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가처분 '2라운드' 시작...21일 결론 나올 듯

[파이낸셜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두고 다시 한번 법정에서 부딪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입 시도가 '배임'이라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인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오는 21일 결론을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18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절차중지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자, 영풍이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이날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경영권 분쟁에 회사자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개매수는 주주평등원칙에도 반한다"며 "영풍은 최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리가 없는데, 결국 최대 주주인 영풍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2대 주주인 최 회장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은 "영풍도 공개매수가를 83만원까지 올렸는데, 83만원은 실질 가치에 부합하고 89만원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어 “연휴 직전 군사작전 하듯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하면서 회사의 손발을 묶으려 가처분 신청까지 했다. 적대적 M&A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개매수가 이뤄져도 주주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최 회장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시장의 반응을 고려해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21일에는 결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e-mail]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