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웃 몰도바, EU 가입 거부...내달 서방-친러 노선 갈려

      2024.10.21 11:21   수정 : 2024.10.21 11: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91년 옛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해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몰도바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거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2년 넘게 지척에서 바라봤던 친(親)서방 정부의 존속 여부는 다음 달에나 판가름 날 예정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동유럽 소국 몰도바는 20일(현지시간) 헌법에 EU 가입 추진을 표시할지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인구 250만명의 몰도바는 친서방 및 친러시아 세력이 번갈아 정권을 잡았으며 2020년 대선부터 친서방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를 침공하자 적극적으로 EU 가입을 추진했고, 같은해 EU로부터 우크라와 함께 가입 후보 지위를 받았다. EU는 지난 6월에 우크라 및 몰도바와 EU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20일 투표 결과 개표율 95% 기준으로 헌법에 EU 가입 표기를 지지하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반대는 52%였다.
현지 시장조사기관 CBS-AXA가 대선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가 EU 가입에 긍정적이었으나 실제 투표는 달랐다.

같은날 몰도바에서는 대통령 선거도 함께 열렸다. 이번 선거에는 현재 몰도바를 이끄는 마이아 산두 대통령을 비롯해 총 11명이 출마했다. 산두는 대선 개표 약 90% 기준으로 39%의 득표율을 기록해 선두를 달렸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후보는 28%의 득표율로 2위였다. 스토야노글로는 이전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51%로 추정된다.

과반을 얻지 못한 산두는 다음 달 3월 열리는 결선 투표에서 2위 후보인 스토야노글로와 맞붙을 전망이다. 선거 전부터 러시아의 개입을 경고했던 산두는 개표 90% 지점에서 실시한 기자회견을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산두는 몰도바가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집단이 우리 국가 이익에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결탁해 수천만 유로의 돈과 거짓말, 선전으로 우리나라를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산두는 "우리는 이 범죄 집단이 30만표를 매수하려 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사기"라며 "그들의 목표는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몰도바 당국은 현재 러시아에 거주 중인 친러계 망명 정치인 일란 쇼르가 조직한 대규모 매표 계획을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자국 언론사 ‘RT’에 정보부대 요원을 배치해 전 세계적으로 선거 개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몰도바를 언급하고 "러시아 지도부는 몰도바의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 자금지원과 지시를 받는 미디어를 활용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RT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해 몰도바의 다가오는 선거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확장된 비밀 역량을 활용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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