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지난 범죄로 공소장 변경 후 유죄 선고…대법 파기
2024.10.21 10:45
수정 : 2024.10.21 10: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무죄를 뒤집었지만, '공소시효 완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서명위조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2021년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운영하며 의약품을 조제·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약국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임대인에게 교부했다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로 바꿨다. 1심에서 다른 사람을 대리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됐으므로, 이에 맞춰 공소장을 변경한 것이다.
사문서위조죄는 다른 사람 명의의 문서를 만드는 범죄를, 사서명위조죄는 이미 만들어진 문서에 권리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서명을 기재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2심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뒤,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라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6년 9월 타인의 서명을 위조하고 행사했다는 것인데, 공소는 5년이 지난 2023년 6월 제기됐으므로 공소 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변경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됨에 따라 법정형에 차이가 있는 경우,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이 공소시효 기간의 기준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 혐의를 적용해 공소를 제기한 경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에서 바뀐 사서명위조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기소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됐으므로 '면소'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