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 대가로 핵·미사일 고도화..오히려 북핵 옥죈다
2024.10.21 16:56
수정 : 2024.10.21 17: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총 1만2000명 규모 파병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자를 러시아 현지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발(發) 국제안보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북핵 고도화를 위한 핵·미사일 기술이전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확인되고 있어 한반도 안보 불안도 검차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우크라 전쟁과 중동 사태로 다소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북핵 문제가 떠오르면서 국제사회 공동대응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1500명이 우크라로 향했고 앞으로 1만2000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우리 정부만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북한군 파병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담당하는 미사일총국 산하 붉은기중대 소속 기술자가 우크라 전선에 파견됐다는 것도 국정원에 의해 알려졌다. 북한군 파병을 적극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외교부는 김홍균 1차관이 이날 나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군을 즉각 철수시키라고 항의하며 수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같은 날 조태열 외교장관은 한영 외교장관 전략대화에서 북한군 파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가 얽혀있고, 때문에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결국 국제사회의 북핵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최대 안보현안인 우크라 전쟁이 북한군 파병으로 인해 북핵 문제와 연계된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한 문제에 나서도록 하려는 의도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가 북한군 파병을 빠르게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한 건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북한 문제가 이만큼 심각하니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로선 우크라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됐으니 유럽도 북핵 문제에 대해 당사자로서의 적극적인 입장을 내야 한다고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도 “우리로서는 북한이 파병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기술을 얻어 위협이 되는 게 걱정이지, 우크라 전쟁은 다음 문제”라면서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북핵 공동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런 정부의 의도가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군 파병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서다. 지노비예프 러시아대사도 북러협력이 우리나라의 안보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