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해진 北·러… 대선 앞둔 美는 신중, 中은 경계 눈초리
2024.10.21 18:14
수정 : 2024.10.21 21:33기사원문
■진퇴양난 빠진 中
21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파병으로 가장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은 중국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이 견고해질수록 대(對)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중국이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함에 따라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동북아 정세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자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핵개발을 가속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상하이 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에 영향력이 있지만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매우 가까워져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BRCIS)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만나며 '중러 밀착'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북중러 연합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여전히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러시아는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등 삼각연대를 시도했지만 중국은 북중러 연대엔 사실상 반응하지 않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미국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와서 연대를 하기에는 어렵고 진퇴양난인 상태"라면서 "우선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지금은 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마이너스 효과가 보인다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앞두고 몸사리는 美
지난해 말부터 러·우전쟁 휴전협상에 힘써왔던 미국도 이번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결정에 당황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북한의 파병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한국 정부만 공식 확인한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그 보도들을 확인해줄 수 없다. 우리는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다만 "사실이라면"이란 전제조건을 달아 심각한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당장 내달 5일 치러질 대선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바이든 현 정부와 같은 기조의 우크라이나 지원의사를 밝혔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 파병으로 러·우전이 국제전이 되면서 미국도 유럽도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라면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도 곤란하니까 시점을 보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이란 '우군'을 얻은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청사진인 일명 '승리계획'에 대해선 서방국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프랑스와 헝가리는 이 계획의 지지의사를 밝힌 반면, 독일은 무기지원 거부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편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북한군 미사일기술자가 최신형 대륙간탄미사일(ICBM) 운용을 담당한 붉은기중대 소속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북한이 이번 참전을 통해 ICBM 탄두 재진입 기술 등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