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잘' 줄이려면…
2024.10.21 18:46
수정 : 2024.10.21 18:58기사원문
책에는 그동안 수많은 선배에게서 경험했던 언어와 표현 등이 그대로 등장했다.
그렇게 책을 읽던 중에 잠시 멈칫하게 된 대목이 있었다. 바로 책에 언급된 '잘할 수 있지?'라는 표현이다. 나 역시 언젠가 한번 후배에게 업무지시를 하면서 '잘할 수 있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내 입장에서는 더 설명해주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과 후배가 알아서 잘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믿음에서 가볍게 '잘할 수 있지?'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후배의 대답은 의외로 2~3초 늦었고, 표정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 책에 따르면 '잘할 수 있지?'라는 말은 70년대생이 후배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쓰는 표현 중 좋지 않은 실례 중 하나다. 후배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구체적인 지시 대신 대략적인 설명과 상황 등을 제시해주고는 후배들에게 '잘할 수 있지?'라고 말하면 듣는 후배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문제는 '잘할 수 있지?' 하고 업무를 지시했을 때 기대대로 업무가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선배는 맞는 지시를 했고, 후배도 지시에 맞게 따랐다. 양측 모두 '잘한' 것이다.
최근 '디딤돌대출' 규제에 국토교통부가 뭇매를 맞고 있다. 가계대출을 조인다는 취지 아래 한도를 줄인 게 문제였다. 대출규제를 하다 하다 서민 대상 대출상품인 디딤돌대출에도 적용했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이 같은 규제를 잠정 중단키로 했지만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을 '잘' 줄였어야 했는데 실수요자에 이어 디딤돌대출 한도가 줄어들었다.
정부의 대출규제에 실수요자들의 대출한도까지 제한되면서 질타를 받은 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대출규제 대상 상품 종류까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대출규제를 둘러싼 혼란은 더 이상은 안된다.
jian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