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 북한 러시아 파병에 따라 직접 살상 무기 지원 검토는?
2024.10.22 17:43
수정 : 2024.10.26 23:44기사원문
정부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155㎜ 포탄 등 살상무기의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 군사요원의 우크라이나 파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어 추가 대책을 확정 발표할 경우, 그 시점은 북한군이 러시아 땅에 도착하거나 우크라이나전에서 포착될 때가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망했다.
■155㎜ 포탄 외 무기 지원·비전투원·외교적 대응 등 전망
정부와 군의 예상되는 추가 조치로는 155㎜ 포탄 지원이 거론된다. 우리 정부가 이미 지난해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로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방어용 무기로는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이 지원 가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방공 체계 지원을 희망한다고 전해졌다.
군사전문가 일각에선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을 상대로 한 심리전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올 수도 있다며 우리가 파병이 아니더라도 비전투 인원을 보내 개입할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이 일선에 배치된 국산 무기를 외국으로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한데다, 우크라이나군이 관련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교육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과거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에서 들여왔으나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 T-80U 전차, BMP-3 장갑차, '매티스' 대전차유도탄, '이글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을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도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며 구소련제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전쟁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일본 등과 연계해 북한의 파병을 규탄하며 독자 및 공동 제재를 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주력할 것이란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전적인 것 또는 첨단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저희가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변인은 "북한과 러시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양국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가용한 조치들을 취해 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부가 지금까지 군수물자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해왔는데, 그런 것도 지속적으로 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나토에 한국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거기에서 국방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결정이 되고 구체화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에게 군사 목적의 풍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준비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다면서 "(현재 궤도에 올라있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그다지 유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파병 북한군 게임연장자에 불과 러시아 제공 무기가 큰 문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게임체인저’(game changer)는 아니며 이보다 북한이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무기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분석관은 지난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파병 북한군은 ‘게임체인저’라기 보다 ‘게임을 연장자’(game-prolonger)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당하고 있는 폭력과 고통을 더욱 연장시킬 매우 우려스러운 발전이라고 말했다.
메리 베스 롱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상군을 실제로 러시아 부대에 통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북한군이 단독으로 대대를 편성하고, 러시아 또는 북한군이 공동으로 지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에서 용병인 북한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부상자와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전투가 격렬한 지역에 배치돼 ‘총알받이’로 사용된다며 러시아 병사들을 그런 곳에 투입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북한 병사들을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롱 전 차관보는 "인해 탈영병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미 목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VOA 등은 22일 국제사회 제재로 입항이 금지된 북한 유조선이 최근 러시아 항구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 도착해 다음날 밤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의 제재 위반이 점점 노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측 무기지원 여부와 관련, "방어용 무기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고 한도가 지나치면 공격용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전장에 대규모로 아직 투입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미리 확정할 수도 없다"면서 "살상용 무기지원 금지 원칙이 깨지는 것인지는 무기의 경우 의도에 따라 살상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상황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현지 적응 훈련 중이라 실제 투입 때 심리상태가 어떨지, 누구의 무기를 얼마나 숙달된 채 임할지, 과연 계획대로 갈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태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하며 북한군의 참전이 개시됐다고 밝혔다.
■북한, 러시아로부터 ICBM 탄두 재진입 기술 받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움직임은 북한의 폭풍군단 병력과는 별개로 ICBM 기술자도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병군을 보내면서 돈과 전략무기를 챙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번 ICBM 기술자 확인으로 이러한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짚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이는 병력과 전략기술을 직거래하는 불법거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ICBM 기술자를 보낸 것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ICBM 탄두 재진입 기술을 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어 "북한이 이 기술마저 습득한다면 이는 ICBM 실전배치라는 마지막 단계로 돌입할 시기가 도래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이렇게 되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해 주는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핵위협에 들어가 ‘공포의 균형’ 작동기제가 이완되고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본토에 대한 북한 핵무기의 직접적인 위협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자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보다는 핵군축에 치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 센터장은 "북핵 고도화는 한미인식의 차이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높이고 핵무기를 포함한 복합도발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지속 발신될 수 있도록 동맹관리 및 핵협의그룹(NCG) 작전화를 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기술지원 우려와 그로 인한 북한 ICBM의 고도화가 미국에 대한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것은 동맹관리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시가라는 점을 주지시킨다"며 "이에 특화된 다양한 정책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