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드쿠플레 "샤잠은 마법의 주문...공연 15분전에 꼭 오세요"
2024.10.22 13:00
수정 : 2024.10.22 14: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나 자신도 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를 하고 싶었으나 공연을 하는 사람이 됐다. 지금은 영화와 공연 사이 어디쯤에 있다.
프랑스 복합예술의 아이콘인 프랑스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가 대표작 ‘샤잠!’을 들고 8년만에 내한했다. ‘드쿠플레 방식’이라는 의미의 ‘드쿠플러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그는 오는 25일 개막하는 '샤잠!' 공연을 앞두고 2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이같이 소개했다.
초연 당시 무용수, 오케스트라와 한번 더...'샤잠!' 2021년 리뉴얼 버전
오는 25~27일 공연되는 ‘샤잠!’은 칸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오리지널 융복합 공연’이다. 1998년 초연돼 한국의 예술의전당(1999년)을 포함해 전 세계 극장에서 200회 넘게 공연됐다. 드쿠플레가 22살에 설립한 무용단 DCA의 최대 히트작이다. 이번 공연은 무용단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2021년 리뉴얼한 버전이다.
드쿠플레는 “2019년 우리 공연 요약본을 프랑스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며 “그때 ‘샤잠!’을 공연하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어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오늘 다시 공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며 이번 리뉴얼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샤잠!’ 공연의 특이점은 초연 당시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다시 출연하다는 점이다. ‘샤잠!’에서 솔로 춤을 추는 여성 무용수의 경우 1998년 초연 당시 25세였는데 지금은 52세가 됐다.
드쿠플레는 “공연단에서 같이 일한 사람에 대한 충직성을 중시한다”며 "무용수가 떠나지 않는 한 새 공연을 위해 대체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예술가 이전에 한 인간"이라며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식으로 공연하는지 본 뒤 그 역량을 합쳐 공연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 맞춤형 공연이기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용수의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우려에 드쿠플레는 "기술적 예리함은 떨어질 수 있으나 나이가 더해질수록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52세가 된 무용수는 여전히 솔로 춤을 추며, 다리를 180도로 올리는 동작을 한다"며 "각도가 조금 부족할 수 있으나 시간의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드쿠플레는 "기술이 95%라면, 부족한 5%는 연륜과 동작의 우아함, 풍만한 느낌으로 채운다"고 덧붙였다.
드쿠플레는 "새 무용수 캐스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이 작품은 16미리, 35미리 필름 속 무용수와 동일한 무용수가 현장에서 춤추는 복합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무용수가 없다면 연관성이 파괴됐을 것"이라며 "그때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촬영 참여자와 함께하는 게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스릴 넘치는 낯선 세계 보여주는 게" 목표
드쿠플레는 "매일 일상에서 시적 탈출을 꿈꾸며 스릴 넘치는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창작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샤잠!"에 대해 "변신을 부르는 마법의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에선 마법 주문을 아브라카다브라라고 하는데, 영어의 샤잠을 택해 국제성을 고려했다"며 "내 공연에선 무용수가 등장했다 사라지거나 몸의 형태가 바뀌는 마술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드쿠플레는 "서커스학교 시절부터 마술에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드쿠플레는 자신의 공연이 신선한 공기 방울 같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 공연은 시와 즐거움, 내면의 쾌락을 선사한다"며 "신선한 산소방울을 접한 듯한 느낌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무용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용은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보게 되는 공연"이라며 "시간성이 중요한 살아있는 예술 장르로, 그 감동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드쿠플레는 "카메라는 그 감동을 다 담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문화나 예술장르를 접했지만 결국은 춤에 안착한 이유를 물었다. 드쿠플레는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심리상담을 받아야할 것 같은데“라면서 웃은 뒤 ”엄마가 무용수였다“고 답했다.
그는 "어머니가 무용에 매료돼 있었다"며 "처음엔 우스꽝스러운 동작이라 생각했지만, 자주 보면서 나도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드쿠플레는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여러 장르를 배웠는데, 결국 내 표현 매개로 무용이 가장 적합했다"며 "당시 프랑스에선 현대무용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현대무용은 개방적 장르여서 내가 구현하는 게 무용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문화를 중시한다는 평가에 드쿠플레는 "함께하면 더 보완적이고 빛나는 결과가 나온다"고 답했다.
그는 "무용단 대표로서 지휘하는 위치지만, 각자의 재능이 다르기에 서로를 알아가는 데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서로를 알게 되면 충직성이 생기고, 그러면 더 보완적이고 빛나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드쿠플레는 LG아트센터 서울에 대한 만족감도 표했다.
그는 "이렇게 완벽한 장소에서 공연하게 돼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며 "공연 15분 전에 공연장 도착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연 시작 15분 전 로비에서 무용수들이 퍼레이드(parade)를 펼친다"며 "그때부터 공연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드쿠플레는 이번 공연 오프닝에 직접 출연한다. 그는 "샤잠!은 정밀하게 준비한 부분이 많지만 즉흥적 부분도 있다"며 "그 자유로운 부분에 내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한편 드쿠플레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 '파라무어'와 파리 3대 카바레 중 하나인 '크레이지 호스'의 쇼 '욕망' 등을 연출했다. 2023년 에르메스 코리아 홈 컬렉션에서 '에르메스 퍼레이드'도 선보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