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방산수출 기회 잡으려면 정책금융 손질해야

      2024.10.22 18:28   수정 : 2024.10.22 19:14기사원문
한국 방산 수출의 '큰손'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22일 국빈방문했다. 오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25일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 사업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폴란드 대통령의 이번 방한 목적은 한국산 무기 계약에 있다.

다음달께 기대되는 폴란드 정부와 한국의 2차 방산 수출계약에 앞서 한국 방산기업들을 둘러보러 온 것이다. 그의 방한이 주목받는 이유는 방한일정에 맞춰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구매 조건의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가 2차 계약의 일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9 자주포 152문과 천무 72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유럽계 글로벌 은행과 자금 마련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할 때 한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대신 유럽 금융기관을 통해 자체 조달하겠다는 말이다.

폴란드의 이런 판단은 한국의 정책금융 제도에 허점이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 폴란드와 1차 계약을 할 때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계약액의 80%가량인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해 계약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2차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 일환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4월 한화와 K-9 자주포 등 구매계약을 했다. 두 계약 규모는 총 5조4000억원대다.

다만 이 계약에는 전제 조건이 달렸다. 올해 11월까지 양국 당국 간 별도의 금융계약이 체결돼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정책금융 지원 여부를 놓고 그동안 양측 간 협상 기간이 길어졌던 것이다. 폴란드와 1차 계약 때 수출금융을 동원한 한국은 추가 지원 여력이 떨어졌다. 반면 폴란드는 저리의 정책금융 계약을 강력하게 희망했던 것이다.

공급자와 구매자 간 가격 흥정이 안 맞으면 계약은 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폴란드는 자금조달 비용이 한국 정책금융보다 비싼 유럽 금융기관을 통해서라도 한국산 무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러시아발 안보불안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2차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폴란드에 저리금융을 지원하지 않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특수상황에서나 통할 사례일 뿐이다. 한국 방산 수출을 넓히려면 기존의 정책금융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글로벌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 성격이 강하다.
수출 규모도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게 국제적 관례다.

저리의 정책금융을 지원하지 않으면 대형 방산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기 힘들다.
조 단위가 넘어가는 대규모 방산 수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대규모 방산 수주를 겨냥한 수출금융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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