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냐 고뇌냐"...의대협회 협의체 참여에 '의료계 폭발'
2024.10.23 15:12
수정 : 2024.10.23 15: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료공백 사태를 협의할 여·야·의·정 협의체가 핵심인 의대생과 전공의는 빠진 채 첫 발을 뗐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가 참여하며 구색은 갖췄지만 정작 의료 현장을 떠난 주체들을 품지 못한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들고 왔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2025년 증원 백지화'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고뇌 끝 소통 결정"vs"배신"
23일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2월 의료 공백 이후 처음으로 정치권과 의사단체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다. 의협을 비롯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불참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5개 의료계 단체·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해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를 보장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도 “현재로서는 2025년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면 참여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유일한 법정단체인 의협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냈지만, 동시에 2개 단체가 협의체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의협 내부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의 지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전의교협 역시 협의체 구성 여부에 대한 재논의에 돌입했다. 의대생·전공의와 접점이 넓은 2개 단체가 참여하며 이외 의료단체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 배경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협의회가 참여를 결정할 경우 정부가 공문을 보낸 5대 상급종합병원(Big 5)도 자연스럽게 협의체에 합류하게 될 전망이 높다. 전의교협 역시 김성근 대변인을 통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협의체가 잘 운영돼 성과를 내야 한다”며 “여론의 이목이 쏠린 공론장에서 의사들 입장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핵심은 2025년 정원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여전히 쟁점은 당장 내년의 정원이다. 특히 수능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데다 이미 수시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조정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다. 한 발 물러선 정부는 '2026년 정원'을 감원까지 열어두고 재추계를 하자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협의체가 구성되고 논의하자고 그러면 (의대 정원에 대해)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증원이 성급하게 이뤄진 만큼 조정 역시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 봤다. 오히려 이대로 증원이 유지될 경우 입학 후에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원을 두고 싸우는 동안 정작 교육을 맡아야 할 대학의 인프라 구축은 거의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 멈춰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설·인프라가 노후한 지방권 의대의 경우 기존 재학생 교육도 벅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정부는 오히려 올해 증원 규모 가운데 80%를 '균형 교육'을 위해 지방에 할당한 상황이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입장문에서 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현안으로 협의체 발족 이전 의대생 휴학 승인과 함께 2025년 및 2026년 의대 정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교육부는 "논의해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내년 복귀 조건부 승인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