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사칭한 보이스피싱…'60대 이상 女' 집중 노렸다
2024.10.23 18:18
수정 : 2024.10.23 18:18기사원문
■은퇴 후 정보 줄어든 60대 女 타깃
올 들어 60대 이상 여성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검찰청, 금감원,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가 직접 전화를 걸도록 하는 등 치밀한 각본 속에 범행을 계획했다. 상대적으로 재산이 많은 고령층 여성이 주로 보이스피싱범들의 먹잇감이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이같이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여성은 64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1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60대 여성 숫자가 증가하면서 피해자 중 60대 비중 역시 지난해 5%(458명)에서 올해 16%(1014명)로 3배가량 확대됐다.
60대는 어느 정도 재산을 모아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당 피해액 역시 442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55만원과 견줘 126% 늘었다. 전체 기관 사칭형 피해건수 중 1억원 이상 다액 피해건수도 763건으로 2023년의 281건과 비교했을 때 172%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퇴 이후 사회활동이 줄면서 정보가 부족해진 60대 여성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과 '채찍'으로 심리 흔들어
경찰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세뇌하는 수법까지 사용했다. 검찰 역할이 "당신 때문에 피해자가 많다. 당장 구속하겠다"는 등으로 겁을 줬다면, 금감원 직원 행세를 하는 일당은 "자금을 보호해 주겠다" "구속되지 않게 신원보증서룰 제출해 주겠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의 신뢰를 얻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매 시간 보고하라고 해서 (검사, 금감원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줄 알았다" "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홀린 것처럼 정신이 없고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이런 유형의 보이스피싱은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뒤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는 식의 전형적인 수법을 쓴다고 경찰은 조언했다.
카드 배송원,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 금감원 과장, 검찰청 검사 등으로 속여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동일하다. 만일 이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 휴대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된다.
■이슈 활용해 '진화'하는 수법
최근에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춰 범행 시나리오를 변경하는 등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에게 금감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경찰청장이 최근 중국 경찰과 협력해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다. 피해금을 모두 환불해 주겠다"며 메신저로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5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을 만난 사실을 범죄에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면엔 신원정보와 또 다른 투자사기 그물을 쳐놓고 피해자들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안찬수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 키워드라도 숙지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경찰청에서 공개한 시나리오와 예방 영상을 통해 수법과 예방법을 익혀 재산을 지켜야 한다. 신·변종 수법도 바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