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 됐죠"…'코미디 대세' 박지환이 밝힌 괴로운 이유(종합)
2024.10.24 13:25
수정 : 2024.10.24 13:25기사원문
"'코미디 절정'이요? 과대평가라는 말이 딱이죠."(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박지환이 '대세'라는 호평 속에서도 더욱 고민이 깊어진 이유를 밝혔다.
박지환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강매강'(극본 이영철, 이광재/연출 안종연, 신중훈)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강매강'은 총 20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2편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박지환은 극 중에서 송원경찰서 불도저 형사 무중력 역을 맡았다. 싸움을 잘하는 무중력은 거친 외모와는 달리 '마성의 매력'을 보유한 인물로, 노숙자부터 미술계 거물 고바야시 회장 역까지 다채로운 분장과 통쾌한 액션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와 '핸섬가이즈'부터 '강매강'까지 누아르 장르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책임지며 호응을 얻고 있는 박지환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매강'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오래전에 시나리오를 한 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읽어봤더니 정말 완벽한 구성과 말맛이 있는 대본이었다.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고,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출연하게 됐고,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많이 했나.
▶현장에서 약간 튀는 부분이 있어도, 만약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독님이 다시 하자고 말씀해 준다. 그래서 저는 스태프들을 믿고 맡긴다. 때로는 제가 싫어하는 장면이 나와도 그게 결과적으로 더 좋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반응을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냥 '아, 진짜?' '응, 그래' 정도의 느낌으로 넘어간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배우들, 감독님과의 소통으로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극 중에서 다양한 분장을 했는데,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일본 미술계 큰손 고바야시 회장 역을 맡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노숙자 분장도 나름 어울렸지만, 일본어를 할 때는 정말 웃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장이 더 심해지고, 나중엔 '다음엔 무슨 분장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 처음엔 분장이 어색했지만, 점점 그걸 즐기게 됐다.
분장을 담당한 형, 누나가 너무 열정적으로 준비해 와서, 제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도 돼?'라는 생각이었다. 저는 분장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하고 싶은 분장을 다 하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전부 잘 소화해 냈다. 노숙자 신에서는 박세완이 내 분장을 보고 이빨을 꺼내더라.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웃음)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하는데.
▶작품을 하기 전에도 배우들끼리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대본의 어려운 부분들을 함께 이야기했다. 특히 제 역할이 어렵다 보니 어떻게 더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 들어가서도 주인공이 대단한 게 아니라, 주인공은 집주인처럼 다른 배우들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에 오는 손님들을 편하게 맞이하는 주인처럼. 그래서 조단역 배우분들께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고, 그분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챙기려고 했다.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거웠고,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조 단역부터 시작하셨던 경험이 그런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조 단역부터 시작했던 경험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저는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을 가장 즐거워한다. 배우로서 중간에 들어와서 장면을 책임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랜만에 만난 배우라면 밥이라도 먹으면서 친해지려 했고, 신을 만들 때는 유아적인 배려보다는 더 좋은 작업을 위해 집중하려고 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나만의 생각은.
▶코미디는 웃기려고만 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치열하게 밑밥을 깔아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해야 한다. 코미디는 그 장르에 얽매이기보다는 장면 속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찾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더 세밀하게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나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 연기를 자평하자면.
▶운동선수가 잘 뛰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하고 배우도 잘 즐기기 위해 하는 각자의 방법이 있다. (연기가) 즐겁고 행복한 놀이일 수 있지만 (요즘은) 새로운 것도 잘 떠오르지도 않고 이대로 고리타분한 인간 되는 게 아닌가, (지금) 완벽한 매너리즘이다. 스승을 찾아 헤매고 있고 이렇게 썩지 않기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할까, 무척 (스스로를) 괴롭히는 중이다. 박지환이라는 배우가 과대평가 되어 있어서 '코미디의 절정', '대세'라고 하시는데 저는 저를 알아서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즐겁고 재밌기 위해 연기를 하는데, 그런 것을 세리머니 할 시기가 아니다. 요즘 제일 괴롭다. 연극을 할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과대 평가됐다'라는 말이 지금의 나를 완벽하게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범죄물이나 누아르 장르에서 주로 활약했는데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나.
▶어떤 역할이든 오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있다. 새로운 얼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해 연기 공부와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