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멘 후티 반군 상선 습격에 위성 자료 제공 의혹
2024.10.25 10:09
수정 : 2024.10.25 12: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친(親)이란 연합 ‘저항의 축’의 일원으로 지난해부터 홍해를 지나는 외국 상선을 공격했던 예멘의 후티 반군이 러시아의 위성 자료를 이용해 상선을 추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몰린 서방의 관심을 후티 반군 덕분에 분산시킬 수 있었던 러시아는 이번 의혹에 침묵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2명의 유럽 국방 분야 관계자와 소식통 1명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올해 초 러시아 위성 자료를 이용해 상선을 추적했다고 주장했다.
저항의 축 일원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7일, 다른 저항의 축 조직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즉시 이에 동참했다. 후티 반군은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등 서방 선박을 무차별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이달까지 최소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하여 2척을 파괴했으며 1척을 납치했다.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홍해는 매일 바다로 운송하는 석유 중 10분의 1이 지나는 핵심 물류 거점이다. 주요 해운사들은 후티 반군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등 항로를 바꿨다. 영국 해양정보 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올해 8월 홍해 입구를 통과한 유조선 숫자는 지난해 10월 대비 77% 감소했다.
비용 및 시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상선들은 후티 반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홍해 통과를 강행했다. 이들은 위험 해역에 진입하면서 무선 통신을 끊는 방법으로 위치를 감췄다. WSJ는 통신을 끊은 상선을 추적하려면 고품질 위성사진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으로는 통신 지연 등의 이유로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 전장 바깥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환영할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우크라로부터 돌릴 수 있고 미국도 방공망과 탄약을 중동 전장에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습격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부터 다국적 해군을 조직해 후티 반군을 공격했다. 미국은 지난 4월 기준으로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약 10억달러(약 1조3801억원) 규모의 탄약을 소비했다.
WSJ에 의하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대함 혹은 대공 미사일을 공급해 미군을 위협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아직 러시아가 예멘에 무기를 보닌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WSJ는 이달 초 보도에서 2년 전 포로교환으로 미국 교도소에서 풀려난 러시아 무기상인 빅토르 바우트가 후티 반군에 약 1000만달러(약 138억원) 상당의 자동 소총 판매를 중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