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하겠다" vs "휴학시켜라"...의대생 운명 이달중 판가름
2024.10.27 15:20
수정 : 2024.10.27 15: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부 의료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전제로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의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교육부는 '내년 복귀 조건부 휴학'을 주장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조건부 휴학을 받아들이고 현재 정부 증원안이 현실화 될 경우 2025년 1학년 1학기 수업 인원은 7500명에 이를 전망이다.
"무조건 휴학 승인"...강경대립
27일 기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과대학을 두고 있는 각 대학 총장들에 이달 말까지 의대생 휴학처리를 완료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KAMC는 정부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며 선결조건으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교육부가 '복귀 조건부 승인'으로 맞서고 있음에도 각 대학에 휴학 승인을 촉구한 셈이다.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 780여명이 1학기에 제출한 휴학 신청서를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는 총장이 아닌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어 대학본부 차원이 아닌 의대 학장이 직접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교육부는 즉각 서울대 감사에 나서는 한편 의대 학장에게 승인 권한이 부여된 대학에도 총장이 최종 권한을 갖도록 개정을 요구했다.
1학기 시작부터 동맹 휴학이 이어지며 각 대학들은 사실상 의대를 '학년제'로 전환 중이다. 1학기 성적을 미입력 상태로 남기고 학사일정 종료 시점도 내년 1~2월까지 미뤄둔 상태다. 교육부는 이 역시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유급·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KAMC가 발송한 공문에는 이같은 교육부 방침에 맞서는 내용이 담겼다. 각 대학 총장들에게는 휴학 승인 권한을 의대 학장에게 반환해달라고 요청했고, 제적 등으로 의대 자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휴학을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증원이 유지된 채 휴학한 학생들이 돌아올 경우 2025년도 입학생들은 7500명의 동기를 갖게 될 전망이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이후 수련의(인턴) 1년과 전공의 4년을 합쳐 총 11년간 다른 학년에 비해 압도적인 교육부담을 지는 셈이다. 의료계의 주장과 같이 '7500명 교육'의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신입생까지 수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KAMC는 “현 시점에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복귀하더라도 정상적 학사 운영을 위한 교육 일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아울러 학생이 제출한 1학기 휴학계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학생은 유급 또는 제적 등 불가역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빛 보이던 협의체...다시 '삐걱'
막상 참여의사를 밝힌 KAMC도 교육부와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여·야·의·정 협의체는 다시 출범이 불투명해졌다. KAMC의 선결조건에 교육부가 강하게 반발에 나서며 추가 참여를 고민하던 의료단체들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참여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나섰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지난 23일 긴급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참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참여가 불발된 모양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정부는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중지해야 한다"며 "의대생 휴학 승인, 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안 철회는 (의사들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선결 조건이 아닌 마땅히 시행돼야 할 조치"라고 강조했다.
유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KAMC의 선결조건을 교육부가 받아들인 다음에서야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현장이 지나치게 무너졌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라도 막겠다는 다른 단체의 입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4일 연속해서 회의를 했지만 기존에 발표한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