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방파제' 외평기금 다시 구원등판..교부세 등 6조5000억 보류
2024.10.28 10:46
수정 : 2024.10.28 13: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약 3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액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끌어쓴다. 내국세에 비례해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도 당초 6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지방이전재원이 약 10조원 자동감액 되지만, 우선 3조원을 더 지급한 셈이다.
정부는 국채 발행없이 기금과 불용 등 자체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율 안정에 써야 할 외평기금 활용과 지방재원 삭감이 현실화되면서 강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9조6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대응방안을 국회 기획재정윈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 했다.
올해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다.
앞서 기재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 결손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대응방안을 살펴보면 각종 특별회계와 기금에서 각출한 재원인 14조~16조원을 활용한다.
이중 외평기금이 4조∼6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정부는 당초 외평기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공개된 최종안에는 외평기금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정부가 외평기금으로 20조원 가까이 사용해 세수 결손을 메운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위기대응 실탄이 부족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방교부세·교부금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원이라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류중재 기재부 국고과장은 "국회에서 지방재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고 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재원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외평기금이 2년째 '구원 등판'하는 결과가 됐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희재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 방파제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 이상으로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외환 대응 여력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월된 4조원 내외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도 올해 예산사업 추진을 위해 동원된다. 공자 기금은 여유가 있는 기금으로부터 재원을 빌리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원이 부족한 기금에 빌려주는 일종의 자금 조달 창구다.
지방교부세·교부금은 6조5000억원가량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감액된다.
내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도 약 9조7000억원 줄게 되지만 이 중 3조2000억원(교부세 2조1000억원·교부금 1조10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감액분을 올해와 2026년도에 분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대응안에 따라 최대 16조원의 기금이 재정 지출에 활용되면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류 국고과장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회계 간 가용재원이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라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우선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