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방 LG엔솔, 투자 '큰 폭 축소' 첫 등장
2024.10.28 16:16
수정 : 2024.10.28 16: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캐팩스(설비투자)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도 불확실한 사업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에 신제품 양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향후 사업 방향으로 잡았다.
"설비 투자 크게 줄일 것"...보수 시각 유지
LG에너지솔루션은 28일 열린 올해 3·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운영 효율화 △제품·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중장기 전략 과제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운영 효율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캐팩스를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효율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필수적인 것만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증설 투자는 가장 효율적으로 축소해나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캐팩스 집행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그전까지 투자를 일부 줄인다는 말은 해왔지만, 크게 줄인다는 표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설비투자는 10조원을 훨씬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약 10조900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설비투자액은 5조8288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기존 시설 유휴 라인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 때문이다. 이번 3·4분기 유럽향 배터리 매출은 유의미하게 늘었지만, 업계는 4·4분기 재고 조정 등의 이유로 미국, 중국 등에서 배터리 수요가 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 양산, 사업 범위 확대로 시장 선도"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함께 신제품 양산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또 다른 전략으로 내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하이니켈계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일부 줄인 미드니켈 배터리 개선 제품과 4680(지름 46㎜, 높이 70㎜)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등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 배터리'로 알려진 제품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에 신규 라인 양산 준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4·4분기 내 샘플 양산을 시작으로 수요에 따라 공급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2026년 이후 미국 애리조나에서 본격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도 계획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기존 미드니켈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특히 공정 단순화, 부품 축소 통합 등을 통해 제조 원가 절감 효과도 얻었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기반 서비스∙소프트웨어 등 기존 사업 비중을 늘리고 메탈 재활용,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등 신규 사업도 적극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어느 때보다 급격한 대외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치밀한 전략, 압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공시를 통해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44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7%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4% 떨어진 6조8778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29.5%, 11.6% 증가한 수치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