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단속에 리커창 서거 1주기 '쉬쉬'
2024.10.28 15:30
수정 : 2024.10.28 15:30기사원문
【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리커창 전 총리가 상하이시에서 돌연사한지 27일로 1년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어떤 추도회도 열지 않았다. 기일을 맞아 중국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글을 찾을 수 없었다.
웨이보와 위챗에서 '리커창'을 검색했지만, 지난해 10월 27일 사망 공식 소식 등만 있었다.
대만 언론들은 27일 리 총리를 추모하는 모든 메시지를 인터넷에서 전면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 80번지 리커창 생가 주변에는 50여명이 넘는 정복과 사복 경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대만과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리커창의 생가주변으로는 그를 추모하는 꽃 배달도 금지됐다.
배달앱 메이퇀은 당초 허페이 리커창 생가에 꽃을 주문해 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했다. 지난해 리커창이 사망했을 때 그의 생가 주변으로는 수 십만 송이의 조화가 중국 전역에서 배달됐다. 또 그의 사망을 계기로 3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추모를 위해 그의 생각를 다녀갔었다.
그에 대한 추모 열풍이 자칫 현 정부에 대한 반대와 반대 집회를 일으킬까 하는 우려에서 그에 대한 추모 단속이 강화됐다. 그는 죽어서도 현 중국 당국이 경계하고 견제해야 하는 반체제의 상징처럼 돼 버린 셈이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할로윈 축제를 이용해 리커창을 옹호하는 구호나 집단 시위, 현 정부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변복을 단속할 방침이다. 또, 안휘성 등 주변 지역에서는 마라톤과 각종 행사 등을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11월로 연기했다. 그의 기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 행사를 부담스러한 정부 당국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 4월 4일부터 6일까지 청명절 연휴 기간에도 허페이 홍성로 80번지 리커창 생가를 50여명이 넘는 경찰들이 삼엄하게 지키면서 리커창에 대한 추모를 단속했었다.
리커창 전 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때문에 그의 돌연사를 둘러싼 많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중국 경제가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적인 행보의 경제전문가였던 리커창에 대한 추모는 현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간주되는 모양새이다.
리커창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27일 68세의 나이로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공식 사인은 심장 질환이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