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선택에 CEO 역할 커… 내부고발자 보호 촘촘하게"

      2024.10.28 18:14   수정 : 2024.10.28 18:14기사원문

은행권이 금융사고의 악몽에 갇혀 있다. 갖은 대책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은행권의 신뢰도는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추락했다. 현직 은행원들까지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진단,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고로 얼룩진 은행권을 진단하고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28일 한국금융연수원 성수용 금융감독원 파견교수와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강창수 공주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가 실시한 은행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구성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사의 윤리적 통제환경,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성수용 교수=윤리적 통제환경이 조직문화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금융윤리적 경영에 대한 의지다. CEO는 행동과 결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금융윤리적 기준을 제시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윤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오태록 위원=사고예방을 위한 감시 및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임직원 일탈이 개입할 여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CEO가 내부통제를 최우선 관심사로 챙긴다는 인식을 조직 전체에 강하게 심어줘야 한다. 결국 실무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내부통제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내부 감사 강화 등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유명무실해진 내부고발제도의 개선안으로 인센티브 제고가 제시됐다. 미국처럼 높은 포상금을 지급한다면 내부고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성수용 교수=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등의 조직문화를 없애는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내부고발자는 금융사고를 조기에 적발한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이 필요하다.

▲오태록 위원=내부고발자 보호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상 차별을 받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내부고발을 하기 어려운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명령휴가는 대신 업무를 맡은 직원이 휴가 중인 직원의 과거 업무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 횡령 기회를 제거하는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다. 명령휴가를 확대 실시한다면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성수용 교수=명령휴가를 받은 직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면서 횡령 등을 적발할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이전에 해당 업무를 수행했던 명예퇴직자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강창수 교수=대체 직원이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당 직원의 업무를 크게 덜어줘야 한다. 또 휴가명령을 받은 직원과 대체 직원의 공모가능성에 대비해 이해충돌 확인서를 받아둘 필요가 있다.

―최근에도 A은행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은행은 몇달이 지나서야 자체 감사가 아닌 피해자 가족의 문의를 받고 이를 인지했다. 소액이라도 금융사고를 즉시 인지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성수용 교수=고객이 금융거래를 할 때 사용한 휴대폰번호나 아이피(IP) 정보를 분석해 금융회사 직원에 의한 비정상적인 예금의 인출이나 해지가 있었는지를 자동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층 고객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이상징후 여부를 자동분석해 내부통제에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내년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설문에 따르면 책무구조도가 단순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 은행원들이 적지 않다. 책무구조도가 효과를 내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오태록 위원=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간 미흡한 부분을 점검하는 시도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실질적인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개별 사업부마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최대한 세부적으로 식별하는 과정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창수 교수=금융사들은 서둘러 책무구조도를 확정하고 이를 시험적으로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영진들은 자신의 책무 이행이 금융 사고를 어떻게 예방하는지, 타 경영진의 책무와 어떻게 관련되고 조율될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박문수 김동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