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그들의 패배에 돌을 던지나… 삼성, 파워 앞세워 왕조 재건 초석 쌓았다
2024.10.28 23:27
수정 : 2024.10.29 09: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강력한 저항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최강 KIA를 맞아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강력하게 맞섰다. 초반 디아즈와 김영웅의 홈런포를 앞세워 5-2까지 앞서나가며 6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중과부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투수가 없었다. 코너, 최지광이 빠진데 이어 원태인마저 없는 삼성 마운드는 허약하기 그지 없었다. 이승현에 이어 김윤수, 임창민, 김재윤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뒤가 없는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5-7로 석패했다.
구자욱, 코너, 최지광에 원태인까지 쓰러진 삼성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패배의 아픔은 쓰라리다. 하지만 삼성에게 2024시즌은 우승한 KIA 만큼 얻은 것이 많은 시즌이었다. 일단 삼성의 팀 컬러를 확실하게 적립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무려 185개의 홈런을 때려낸데 이어 PS에서도 엄청난 홈런포를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대포에 관해서는 최강 타선 KIA도 삼성에게 한수 접고 들어갈 정도였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삼성이 과거 통합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10년 무기력한 준우승이 자양분이 됐다.
당시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김상수, 조동찬 등 강력한 리빌딩 과정을 밟고 있었던 삼성은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SK에게 단 1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선동열 감독이 경질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패배는 삼성의 젊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경험을 선사했다.
그때 패배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통합 4연패 및 페넌트레이스 5연속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무려 6개의 우승반지를 끼게 된 최형우도 그때의 경험이 매우 컸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금의 과정도 그때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 처음으로 큰 경기를 했고,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재현이 이제는 김상수·박진만을 잇는 국가대표급 유격수로 성장했다. 이재현은 플레이오프부터 엄청난 수비로 팀을 이끌었다. 김영웅의 발전은 더욱 눈부셨다. 김영웅은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깨며 PS 최연소 4홈런 타자로 등극했다. 이제는 당장 아시안게임 대표를 노려볼 수 있을만큼 크게 성장했다.
김지찬 또한 이제는 중견수로 완전히 적응하며 팀의 든든한 중견수로 자리를 잡았다. 포수에서도 이병헌은 강민호의 대체자로 나서서 좋은 블로킹을 선보였다. 아쉬운 것은 투수진의 성장이다. 그나마 원태인이 이제 완전한 전성기에 접어들며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는 것이 위안이지만, 외인을 제외하면 삼성의 투수력은 리그 최하위권이라는 점이 시리즈 내내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내년에도 구자욱과 강민호 등이 건재하고 박병호도 라팍에서 화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용병도 꾸준하게 잘 뽑고 있다. 삼성의 디아즈는 PS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카데나스의 악몽을 지웠다. 무려 2번의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여기에 김영웅, 이재현, 김지찬, 최지광, 윤정빈 등의 성장은 삼성이 단순히 1회성이 아니라 꾸준하게 최상위권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이제는 투수 육성이다. 만약에 국내 투수진의 육성이 추가적으로 이뤄지면 과거 쌍권총+오승환이 있던 시절의 80%정도의 불펜만 구축하더라도 삼성라이온즈가 다시 한번 왕조를 재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