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간을 빼먹지"…청년 235명 울린 전세사기 조직 무더기 검거(종합)

30일 박호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인 전주에서 발생한 173억원대 깡통 전세사기 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0.30/뉴스1 장수인 기자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전주에서 발생한 173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인 A 씨 등 일당 19명을 붙잡았다. ⓒ News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전북 전주에서 20~30대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173억 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40대 남성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역할 분담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박호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브리핑을 열고 사기 등 혐의로 A 씨(40대·남)와 공인중개사 B 씨(50대·여) 등 2명을 구속하고, 바지임대인과 부동산 중개인 등 1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2020년 7월 23일부터 올해 6월 22일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주지역의 구축 빌라 19채를 차명으로 매입한 뒤 피해자 23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73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221명(94%)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범행을 위해 지역에서 비교적 저렴한 구축 빌라를 순차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중개법인을 설립, 청년층을 타깃으로 리모델링한 일부 호실을 모델하우스처럼 보여주면서 계약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은 최소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1000만 원까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 대부분은 부실한 리모델링으로 인해 거주하는 동안 큰 불편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A 씨는 B 씨 등 공인중개사 10명과 그의 모친 C 씨, 지인 7명 등과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A 씨는 범행을 위해 부동산 중개조(6명)와 물건 매입을 소개(2명), 명의 수탁자(7명) 등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수탁자는 사회생활을 하며 알고 지낸 지인들이 맡았다.

A 씨가 구입한 19채의 빌라 중 9채는 모친 C 씨, 나머지 10채는 바지임대인 7명의 명의였다.

조사결과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들은 상한선(30만원)보다 많은 100만 원 이상을, 명의수탁자들은 적게는 2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환수에도 나선 상태다.

박호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곧 A 씨 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피의자들의 수익금과 관련 부동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장은 이어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서 집값 시세를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다가구주택 건물인 경우 다른 임차인의 계약 내용을 세심하게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전주완산경찰서에 접수된 3건의 고발장을 시작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