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상저하고…경제지표 줄줄이 경고등

      2024.10.31 18:22   수정 : 2024.10.31 18:25기사원문
역성장을 겨우 면한 올해 3·4분기 성장률에 이어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시에 감소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왔다. 9월 신규채용 규모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던 2020년 4월 이후 53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생산·소비·고용 등에서 경기부진을 시사하는 성적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던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낙관론'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통령선거, 중동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가능성 등 대외불안도 커지고 있어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등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10월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은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3·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부합한다.


9월 산업활동은 설비투자를 제외한 생산·소비 관련 지표가 마이너스였다. 전월 대비 전 산업 생산은 0.3%, 소매 판매는 0.4% 각각 감소했다. 8월 동시 증가했다가 한 달 만에 감소 전환이다. 예상치의 5분의 1가량인 0.1% 성장에 그치면서 시장 충격이었던 올 3·4분기 GDP에 이어 나온 악화된 지표다.

정부는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대해 고금리 여파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설비투자 흐름이 좋아 경기흐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17.0% 늘면서 8.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경기·고용의 선행지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리인하, 물가 하향 등으로 상반기에 못한 투자를 하반기에 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다만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지속성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다소 낙관적인 진단에 대한 비판은 상당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1p 하락하는 등 7개월째 반등을 못하고 있다"며 "경기가 바닥이거나 더 하락할 수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흐름이 더 불안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4·4분기에는 '밀어내기' 등으로 수출지표는 좋아져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 대선 결과 등이 나온 후 내년의 수출여건은 더 나빠질 수 있어 현재와 같은 내수회복력이 미미한 상황이 이어지면 수출·내수 동반부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정부 재정 확대 등을 통해 내수방어막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상저하고'는커녕 침체 지속 조짐까지 보이자 정부는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올 성장률 하방 위험이 분명히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수정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정책방침도 공개했다.
앞으로 미국 대선, 주요국 경기, 중동 사태, 주력산업 업황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유의하면서 부문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적극 대응한다는 게 핵심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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