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윤 녹취에 '위법 아냐' 방어…친한계는 사태 지켜보며 침묵

      2024.11.01 15:18   수정 : 2024.11.01 15:18기사원문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동안 모니터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2022년 전화 통화 녹취가 재생되고 있다. 2024.11.0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하지현 최영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당 내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응 방식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라며 위법성을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없다'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는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전날부터 공개 행보를 중단하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역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데, 당분간 야당의 추가 의혹 제기와 대통령실 행보 등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 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 "법률적 문제는 일차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말한 것으로 안다. 현재 당의 입장은 그렇다"며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해당 통화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2022년 5월 9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30년지기 친구 당선'이라는 사적 소원을 이루기 위해 청와대 직원을 동원하지도,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하지도,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려 한 적도 없다"며 "민주당은 근거 없는 선전선동으로 대통령 탄핵에 골몰하기 전에 그 행위가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는 공천에 관한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당원으로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볼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행위 자체가 선거법상 선거 개입 행위에 가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공천을) 지시했다는 말도 없고, 대화 맥락도 이상하다. (논란을) 키우기 위해 녹취를 짜깁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혹이 더 커지지 않도록 대통령실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 해명 과정에서 미쳐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은 빨리 해명하고 가자"며 "(대통령실의 해명 오류는) 기억의 부정확성 (때문)인데, 어쨌든 원칙이 흔들려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황은 없는 것 아닌가. (의혹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여당에서 위법성을 따지는 것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느낄 것이고, 우리가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와야 했다"며 "오히려 더 뭉쳐서 대통령의 잘못을 먼저 이야기하고, 사법적 리스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면서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31. suncho21@newsis.com

반면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이 추가 녹취록 공개 등을 예고한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가능성과 대통령실과의 소통 부재에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사실관계를 전혀 모르는 입장인데 어떤 대응을 할 수 있겠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국민은 이미 법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데 (당에서) 자꾸 법의 문제를 따지고 있다"고 했다.

친한계 원외 인사는 "(이번 의혹이) 마무리가 된 사안이 아니다. 당장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침묵이 의미하는 바가 많을 때가 있다. 입장이 없는 게 아니라 '굳이 입장을 내야 하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한계 당직자도 "(추가 의혹이) 더 나올 것이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이 상황은 전적으로 용산에서 먼저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지난 2022년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 내용을 전날 공개했다.
녹취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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