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3개월만에 울산시의장 재선거… 계파 경쟁에 정상화 험로
2024.11.03 18:12
수정 : 2024.11.03 18:12기사원문
■공석 사태 수습... 갈등 확대 우려도
3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의장 공석 사태는 지난 6월 후반기 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장 후보 선출이 발단이 됐다. 소속 시의원 20명 전원이 모인 의원총회에서 이성룡 의원이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10대10 동표가 나왔지만 다선 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이성룡 의원(3선)이 안수일 의원(2선)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 후보로 추대됐다.
그런데 지난 6월 25일 22명의 전체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울산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안 의원이 당내 결정을 거부하고 출마를 감행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본선거에서도 11대11 동수가 나왔고 결국 이성룡 의원이 또다시 '다선 우선 원칙'으로 의장에 선출됐다. 하지만 검표 과정에서 이 후보를 찍은 투표지에 도장이 두 번 찍힌 투표지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에는 '동일 후보자란에 2개 이상 기표된 것'을 무효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 안 의원이 이를 근거로 자신이 의장이라며 의회의 의장 선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가처분과 '의장 선출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16일 열린 가처분 심리에서 법원은 문제가 된 투표용지를 확인한 뒤 무효표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성룡 의장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됐다. 이어 이 의장은 의회 정상화를 이유로 의장직도 사퇴했다. 문제는 이후 이 의원과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파벌 다툼이 심화되면서 의장 재선거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채 3개월째 의장 없는 의회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의장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안팎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국민의힘 중앙당이 직접 개입했고, 결국 울산시의회는 오는 18일 의장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앞서 의장 선거 파행의 중심에 있던 안수일 의원은 당의 징계가 예상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울산시의회는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인 상태로 의장 재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성룡 의원, 다시 기회 잡아
법원의 '의장 선출 효력 정지' 결정으로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직에서 물러났던 이성룡 시의원은 오는 18일 진행될 의장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돼 또다시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민의힘 울산시당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과 함께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기환 의원이 출마를 신청했다. 당 소속 시의원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로 의장 후보 선출이 진행됐다. 김기환 의원은 탈당한 안수일 의원 진영이다. 동표가 나오면 이번에는 같은 다선이지만 연장자인 김 의원이 유리했다. 다만 안 의원이 탈당해 불리한 상황에서 투표가 진행됐고, 이성룡 의원이 10표를 얻어 9표를 얻은 김기환 의원을 1표 차로 제치고 국민의힘 의장 후보로 다시 선출됐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재선거에서도 이성룡 의원이 다시 의장에 선출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이 파행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의원총회에서 의장 후보로 나선 두 후보에게 '후보자로 선출되지 않더라도 의장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으며, 당적 이탈과 변경 등 해당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 단속에도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선거에는 무소속 안수일 의원도 참여하기 때문에 안 의원이 후보로 나오거나 김기환 의원이 총회 결과에 불복하고 출마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안수일 의원 진영과 이성룡 의원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내 형성된 계파 간 경쟁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자칫하면 사태 수습은커녕 오히려 갈등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당 측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의원의 의장 선거 출마, 총회 결과에 불복해 야당과 합세한 국민의힘 반란표 등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 투표권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2명이 누구를 지지할지도 변수다.
■오는 2026년 울산시장 선거 전초전
울산시의회 의장 선거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지역 정가는 오는 2026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지목했다.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정치적 입지는 2년이 채 남지 않은 기간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 김두겸 울산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사업, 예산 등에 대해 울산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 역할의 중심은 의장이다. 의장 또한 출신 지역의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노리려면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해 줄 울산시장과의 상호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울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내부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는 점도 시장과 의장의 협력 강화를 요구하게 만든다. 김두겸 시장이 당선됐던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김 시장은 5선 의원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및 서범수 의원과 경쟁을 벌였다. 또 본선에서는 갑자기 보수 진영의 박맹우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의장 재선거는 사실상 당내 울산시장 선거 경선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 시장 선거에는 서범수, 박성민 등 재선 의원들이 도전할 것으로 정가는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3선인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까지 4파전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이들을 중심으로 계파를 형성한 시의원들도 다가올 지방선거의 구·군 단체장 또는 시의원 공천을 위해 리더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파 간 갈등에서는 친한파인 서범수 의원과 친윤인 박성민 의원 간 미묘한 신경전도 반영돼 있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의장 후보인 이성룡 의원은 울산 중구가 지역구로, 박성민계로 분류된다.
ulsa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