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은퇴…"현금 복지보단 양질 일자리 늘려야"

      2024.11.04 18:07   수정 : 2024.11.04 18:07기사원문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정부도 발빠르게 다양한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초연금 제도를 통해 경제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고 노일 일자리 사업을 통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또 노인 전문 병원과 장기요양제도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96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정책은 일부 취약계층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복지 기능을 수행하지만, 고학력 노인층의 증가와 다양한 일자리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이 이전과는 달리 고학력 스펙과 건강,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신노년'인 것을 고려해 일자리 정책과 민간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노년까지 일할 수 있는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인 빈곤율과 고용률 OECD 최고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9.2%다. 초고령사회(노인 20% 이상)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면 2052년에는 '2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출산과 맞물린 노인 인구 증가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진다. 오는 2052년 생산연령인구가 감당해야 하는 총 부양비는 3배, 노년부양비는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2022년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에 달하며, 이는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주요국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노인 고용률은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노인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기 계약직 위주의 공공형 일자리만으로는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노인들은 은퇴를 미루고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는 전체의 17%로 조사됐다. 은퇴하지 않은 가구 83%의 예상 은퇴 연령은 68.1세였으나 실제 은퇴 연령은 62.7세로 5년 이상 차이가 났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노후를 위한 준비가 잘됐다고 답한 가구는 7.9%에 그쳤다. 반면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가구'는 53.8%로 절반을 훌쩍 넘었고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도 14.7%에 달했다.

■기초연금으로 경제적 지원

이에 정부는 경제적 지원을 통해 노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고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최대 30만원까지 지급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정부의 기초연금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약 22조원이 예산으로 배정됐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2026년에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초연금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기초연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라고 하는데 국민연금 수령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기초연금이 최대 50%까지 감액된다.

실례로 올해를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50만2210원을 초과하면 기초연금은 16만7400원만 지급된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은 경우 기초연금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하면 나중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 높은 일자리로의 방향 전환 필요

정부의 노인 일자리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크게 공공형(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시범사업), 민간형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매년 약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103만개 이상 노인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 중 63.5%가 공익 활동형 일자리다. 대다수 일자리가 월 30시간 근무에 약 29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단순한 복지 차원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공익 활동형 일자리는 주로 환경 정화, 공공시설 관리 등 단순 업무로 구성된다.

반면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노인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이런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고려하면 이런 유형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

정부를 이를 고려해 공익 활동형 일자리는 높은 노인 빈곤율과 저소득층 근로취약 노인을 고려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되 총량의 60% 이내로 조정하기로 했다.

반면 신노년 세대의 수요에 맞춘 사회 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 비율도 2025년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민간형 일자리는 올해 37만6000개에서 내년에는 40만6000개(37%)로 확대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경제 활동이 공공형 일자리에 집중되는 경향으로 사회참여로 정서적 안정과 소득을 얻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최근 대학 진학률이 기존 노년들보다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는데, 이렇게 노인 일자리가 재정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과의 일자리 연계 필요

정부 일자리와 민간 기업과의 연계가 강화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고령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년 제도를 만 60세에서 연장하는 개선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된다.

이를 위해선 고령 인력을 채용하는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고령층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세금 혜택이나 채용 지원금을 통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고령층이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유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상담·관리 등에서 일자리 유형을 다양화해 고령층이 민간 시장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오영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04년부터 정부가 도입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수가 100만명에 달했지만, 임금 수준은 낮은 편이다"며 "고령층이 다양한 선택권 속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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