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이사 왔대" 흉악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논의 재점화
2024.11.04 18:16
수정 : 2024.11.04 18:16기사원문
4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두순은 지난 2020년 12월 출소 이후 거주해 온 기존 안산시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2㎞ 떨어진 다른 다가구 주택으로 지난달 25일 이사했다. 조두순은 기존 주거지의 월세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두순 집 앞에 경찰관 2명을 상시 배치하고, 기동순찰대의 인근 순찰을 강화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전담 요원에 의한 상시 관리 체계를 가동했으며, 안산시는 CCTV 및 시민안전지킴이 초소를 조두순 새 주거지 근처로 옮겨 설치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두순의 새 주거지 인근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거주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290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반경 1.5km 내에는 10여개의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날 인근 학교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또 일부 학생들은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니며, 당분간 자녀와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조두순의 이사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B씨는 "아이를 놀이터에도 못 보낼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성범죄자가 이사할 때마다 주민 불안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5월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경기 화성시에서 수원시 한 오피스텔로 생활 터전을 옮기면서 이 지역 주민들 역시 불안감을 하소연했다. 박병화의 새 거주지도 초등학교, 상가 밀집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반경 1km 이내 신상정보공개 성범죄자 거주 학교 현황'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59%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비율은 유치원 51%, 초등학교 45%, 중학교 48%, 고등학교 53% 등도 비슷했다.
이처럼 매년 성범죄자 주거지 이전 때마다 논란이 반복되며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이란 미국 플로리다주가 성범죄자를 학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 거주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꾼 것이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정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 의무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입법 예고했으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7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다시 대표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에서는 극심한 갈등과 불안을 겪고 있다"며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복 아동안전위원회 이사장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나 흉악범이 아이들이 많은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건 당연히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교와 거주지 사이 거리 제한을 두거나 범죄자의 통행금지 시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범죄자 주거지와 학교 사이의 접근 금지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