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기업 銀 '비대면 대출' 판매 중단..가계대출 잔액 축소 '총력전'
2024.11.05 16:43
수정 : 2024.11.05 16: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비대면 대출 문을 닫고 있다.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이 연초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비대면 대출을 중단하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이달 한 달 간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 데 이어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잔액 축소를 위해 총력전에 펼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쏠(SOL)뱅크'에서 모든 비대면 대출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와 실수요자 공급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내달 8일까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을 판매하지 않는다. 전세자금대출 상품 '우리WON전세대출(주택보증·HUG)'와 '우리스마트전세론(서울보증)', 'iTouch 전세론(주택금융보증·서울보증일반)'의 판매도 중단됐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상품별 우대금리도 최대 0.5%p 줄이면서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앞서 기업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 세 가지(i-ONE 직장인스마트론·i-ONE 주택담보대출·i-ONE 전세대출)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기업은행 측도 가계대출의 한시적인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중단까지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올해 가계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한 은행은 내년에 대출 한도를 줄이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당시 금감원은 올해 경영계획상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은행은 내년 계획 수립 시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목표치를 낮추기로 했다. 즉, 올해 목표치를 많이 초과한 은행일 수록 DSR 관리 목표치가 더 낮아지면 해당 은행의 내년도 신규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은행들이 세우고 있는 내년도 경영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만으로는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축소하지 않는다"면서 "비대면에서 대출을 중단하면 꼭 필요한 실수요자만 대출을 받게 되고 지점에서는 더 꼼꼼하게 대출 심사를 통해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KB국민은행 5.57% △신한은행 8.06% △하나은행 4.55% △우리은행 6.83% △NH농협은행 3.64% 수준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연초 목표치를 훨씬 초과했고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약 4.7%)도 넘어섰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아직 비대면 대출 중단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신한·우리·IBK기업은행의 비대면 대출 중단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경우 비대면 대출 중단 조치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된 데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 은행들이 더 이상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말의 상황처럼 이제는 은행들이 대출 문을 닫는 마지막 방법만 남았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