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AI가 관리하는 시대 옵니다"

      2024.11.06 18:14   수정 : 2024.11.07 09:04기사원문
사람들이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서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다. 그 어떤 업태보다 전력 소비량이 많다.

여름에는 백화점만큼 시원한 실내, 냉장고와 냉동고를 밤새도록 가동하는 데 드는 전기료만 한 점포당 연 1000만원에 달한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 비용인 임대료와 인건비는 손을 대기 어렵다.
그나마 '노력이 가능한' 영역이 영업관리비에 해당하는 전기료다.

"경쟁사가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6일 허우진 GS리테일 시설지원팀장(사진)은 2015년 전기료 절감을 위해 처음 도입한 스마트에너지관리시스템(SEMS)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SEMS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전기 장비와 기기의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날씨에 따라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거나 계절별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각에 맞춰 간판 조명을 껐다 켤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SEMS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2015년 도입 당시 '너무 이르다'는 업계 안팎의 시선에도 SEMS 사업이 추진됐던 건 '비포서비스' 차원이다. 허 팀장은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는 편의점과 달리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지 않다 보니 영업하지 않는 시간에 냉장고가 고장나 상품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원격으로 냉장고를 관리할 수 있는 관제기능을 넣었는데, 그 후 전기요금 단가 상승으로 기존 점에도 급진적으로 SEMS를 도입하는 등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기 300여곳이던 'SEMS' 도입점은 현재 1만7000여점에 달한다. 군 점포나 골프장 내부에 있는 점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GS25 점포에 SEMS가 도입된 셈이다. 효과도 확실하다. GS25 매장 한 곳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SEMS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2018년 6344㎾h에서 올해 4890㎾h로 29.7% 줄었다. 전력거래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SEMS와 자동수요반응 시스템을 연동했다. 2300만원 상당의 인센티브가 쌓여 가맹점에 돌아갔다. GS리테일도 과감하게 투자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투자대비수익률(ROI)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에서도 결국 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이 SEMS는 시나브로 '요술처럼' 움직인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난다. 잠깐 모르는 새에 점포 내 에어컨 냉방이 30분간 송풍으로 바뀌는 식이다. 허 팀장은 "인지 못하는 사이에 알아서 잘 돌아가는 것이 SEMS"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SEMS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졌다. 허 팀장은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AI 분석을 통해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영역의 비용이나 에너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패턴이 이러니 이때쯤 정기점검을 나가라'거나 '이맘때에는 에너지 관리를 이렇게 하라'는 식의 정보 제공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S리테일은 현재 전국 2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일명 '웰컴조명'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람이 없는 어두운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사람 동선을 따라 조명이 켜지는 방식을 편의점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허 팀장은 "1인 가구가 늘고 인구 자체는 줄면서 결국 사람이 없는 무인으로 관리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SEMS와 AI를 접목해 '스마트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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