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위기와 사법리스크…대선 승리 고비의 순간들
2024.11.06 19:53
수정 : 2024.11.06 19:53기사원문
4건의 기소에 유죄평결까지…'대체후보' 해리스 돌풍에 고전하기도
7월 유세 도중 총격받아 부상 이어 9월 두번째 암살 시도 극적 모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1·5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을 결정짓기까지 정치적 생명과 물리적 생명의 위기를 잇달아 넘겼다.
2020년 대선에서 패해 이듬해 1월 백악관에서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대선 재도전을 공식 선언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연이은 형사기소였다.
2023년 3월 뉴욕주 대배심에 의해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관련 회사 서류 허위 기재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해 6월 잭 스미스 연방 특검의 수사를 거쳐 연방대배심에 의해 퇴임 후 기밀자료 반출 및 불법보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어 작년 8월엔 역시 연방 특검의 수사를 거쳐 연방대배심에 의해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같은 달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대배심에 의해 역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혐의 관련 34개 혐의 전부 유죄 평결을 받았다. 전직 대통령의 중범죄 유죄 평결 사례는 역대 처음이었다.
그러나 사법당국의 형사기소는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더 결속시켰다.
그 결과 올해 1월 아이오와주에서부터 시작된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도적인 격차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경쟁자들을 따돌렸고, 3월 중순 일찌감치 대선 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4건의 형사기소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작지 않아 보였지만 재임 중 확고한 보수 우위(6대3)로 재편해 놓은 연방 대법원이 '구원의 동아줄'을 보냈다.
7월1일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 4건의 형사 기소 사건 관련 공판 절차는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본선 레이스 과정에서는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군 민주당의 '선수 교체'에 의해 새 후보로 등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으로 막판까지 역대급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며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27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압승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재로 보였지만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력에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새 후보로 내세워 심기일전하면서 역설적으로 '위기'를 부른 일이 됐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하고,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평결까지 받은 사실을 부각하며 '검사 대 범죄자' 대결 프레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 세웠다.
특히 9월10일의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판정승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동안 수세에 몰렸다.
더욱이 해리스 부통령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승부를 예측불허의 접전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대선 막판 거친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면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등장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그에 맞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로 칭하는 '악수'를 두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두차례 암살 기도 사건을 겪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를 이틀 앞둔 7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이같은 암살시도에도 오른쪽 귀를 다쳤을 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9월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 소속 요원들이 총을 든 채 매복해 있던 50대 남성을 적발함으로써 또 한 번의 암살 위기를 넘겼다.
두 건의 암살시도를 피한 것은 지지층을 결집시킴으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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