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청소차 참변' 1주일…추모공간 철거 앞두고 줄잇는 발길
2024.11.07 15:04
수정 : 2024.11.07 15:04기사원문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참사,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광주의 한 아파트 내 인도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후진하던 청소차에 치여 숨진 지 1주일. 쌀쌀한 입동 날씨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은 이어졌다.
7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며 유명을 달리한 아이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오후 추모공간 철거를 앞둬서인지 더 많은 추모 물품들이 쌓였다.
시민들은 분향대와 추모공간에 머물러 잠시 묵념을 하거나 추모 내용을 담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추모공간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참변이 안일한 안전의식이 부른 인재였다며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눈물을 흘리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던 오형진 씨(45) 부부는 "2~3년 전에도 딱 이 근처에서 택배차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있었다"며 "안전에 대해 소홀하다가 이런 참변이 발생했다는 게 마음이 아리다"고 말했다.
추모공간 철거 직전에는 참변이 벌어진 시간대에 인근에 있던 시민도, 해당 장소에 아예 처음 와보는 시민들도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
5살 아들과 함께 추모공간을 찾은 한 주민은 "오늘 철거한다길래 마음이 먹먹해서 와봤다"며 "쌓여 있는 추모물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이와 가족에게 온기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7세 아들이 있다는 40대 부부는 추모공간 앞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남의 일같지 않아 마음이 아파서 오게 됐다"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사고현장인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연석이 없는 1m 구간에 높이 약 70㎝의 철제 볼라드를 3개 설치했다.
또 보도와 차도 구분을 위한 주황색 고무볼라드가 인근 보도 전체에 설치됐다.
사고 현장을 치나던 행인들은 설치된 철제 볼라드가 튼튼한지 확인하고 싶은듯 흔들어 봤다.
주민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은 안전 사회에 대한 염원과 미안함이 담긴 추모 글을 써서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어른들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어 미안합니다', '나 오늘 또 왔어, 천국에서도 잘 살아야해', '친구야 하늘에서도 웃고 지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추모공간에서 마주친 A 양의 아버지는 붉어진 눈시울로 분향대에서 떨어져 한참 동안 담배만 태웠다.
쌓인 추모물품을 바라보던 유족은 청소차 업체와 안전관리에 부실했던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트단지 내 쓰레기장의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참변이다"며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 사각지대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추모 공간에 쌓여 있던 분홍색 캐릭터 킥보드를 비롯해 인형과 각종 간식거리는 관리사무소에 당분간 보관된다. 칠판에 4~5겹으로 빼곡히 붙어있는 추모 편지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1시 20분쯤 광주 북구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 인도에서 후진하던 5톤 청소차에 A 양이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청소차 운전자는 "후방카메라 대신 사이드미러를 봤으며 우측 뒤에 있던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하교 후 귀가하던 A 양은 지난 1일 발인을 마쳤다. 경찰은 청소차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