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대응' 韓재계, 연말 방미 러시...."대미 네트워크 총동원"

      2024.11.07 17:42   수정 : 2024.11.07 17: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이재용, 최태원 회장의 미국 반도체 투자에 사의를 표한다."(2019년 6월 방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정말 나쁜 거래다."(2024년 10월 미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

국내 4대 그룹을 필두로 재계가 트럼프 집권 2기 대응체제 구축에 돌입했다.

미국의 투자유치 정책을 비롯한 산업정책이 불과 4년 여만에 변곡점을 맞이하게 됨에 따라, 대미 투자 선봉장에 섰던 주요 그룹들을 중심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선거 기간, 수입품 일률 10% 관세 부과를 필두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폐지를 시사한 상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다음달 초 잇따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캠프 주요 인물을 비롯해 공화당 인맥을 두루 접촉할 계획이다. 한경협은 류 회장 미국 방문 기간, 현지에서 5년 만에 한미재계회의를 개최한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도 함께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와 별도로 가용할 수 있는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 트럼프 집권 2기 산업 정책 방향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가리켜 "정말 나쁜 거래다"라고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 미 정가와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로비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삼성SDI, 이매진 등의 미국 법인들이 사용한 올해 3·4분기 누적 로비 자금은 569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SK도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중심으로 트럼프 인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도 워싱턴 사무소와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중심으로,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의전담당)을 지냈던 조 헤이킨이 LG 워싱턴 사무소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달 미국 현지서 열리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 9 글로벌 공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채, 트럼프 집권 2기 자동차 산업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장관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인 빌 해거티 공화당 의원이 주도한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의 메인 후원사 대표로 활동하며, 미 공화당 측 채널 확보에 주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국방성 법제처 차관보로 일했던 로버트 후드가 현대차 워싱턴사무소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워싱턴 지부장은 "최근 수년간 한국기업들의 대미투자 폭증으로, 미국 산업정책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특히 투자가 '공화당 텃밭'이라는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텍사스주에 집중된 만큼, 이들 지역의 공화당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2017, 2019년 정상회담 기회 때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두루 만난 바 있다. 또한 2019년에는 미국에 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 별도의 면담을 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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