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거나 울면 바로 잠든다"..하루 100번까지 기절해 봤다는 20대女, 무슨 일?
2024.11.08 09:10
수정 : 2024.11.08 14: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울거나 웃는 등 감정 자극이 있을 때마다 기절한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더선은 지난 4일(현지시각) 첼시 쿰스(27)가 겪고 있는 수면장애 질환에 대해 보도했다. 그에게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17살 때였다.
웃던 중 갑자기 얼굴 근육 마비 후 잠에 빠져
첼시는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뇌출혈인 줄 알았다”며 “마비 증상이 나아지는 듯 하더니 그 뒤로 계속 아무데서나 잠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돼 웃을 때마다 근육의 힘이 빠져 머리를 못 가누거나 실신했다.
병원을 찾은 첼시는 신경과전문의를 만나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갑작스럽게 근긴장이 소실되는 수면장애인 '발작성 수면(기면증)'과 감정 자극이 발단이 되어 근육의 쇠약 및 이완이 나타나는 '탈력발작'을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병원을 찾지 않아 공식적인 진단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증상은 계속해서 악화되었고, 웃음 외에 다른 감정도 증상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웃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나지만 지금은 울거나 숙취가 있을 때도 나타난다"라며 "가벼운 현기증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식은 있지만, 마치 뇌가 취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하루 최대 100번까지도 근육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한 번은 휴가 중 수영장에서 웃다 실신하는 바람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 미칠 수 있는 '기면증'
첼시가 겪고 있는 기면증과 탈력발작은 수면장애 증상의 하나다.
기면증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면증 환자 수는 6646명이다. 기면증은 대부분 15~25세 사이에 발병하며, 드물게 35~45세 사이에도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수면 발작과 관련된 '히포크레틴(hypocretin-1)'이라는 뇌 단백질의 분비 이상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기면증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면증 환자들은 대부분 낮시간에 졸음증을 겪는다. 밤에 충분히 자도 낮이 되면 심한 수면욕에 시달린다. 또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잠에 빠져버리는 수면 발작을 경험한다. 이 졸음증은 대화 중이거나 식사 도중은 물론 서 있다가도 잠이 들 수 있다.
또 첼시 쿰스처럼 탈력 발작이 일어나 감정 변화가 있을 때 몸의 전체, 혹은 일부의 힘이 갑자기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탈력 발작은 심할 경우 자리에서 쓰러지고 근육이 경직되는 등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 수면 마비(가위눌림)가 와 잠이 들 때나 깰 때 수초에서 수 분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잠이 들려고 하면 환각 상태에 빠져 환상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린다.
기면증은 완치가 어렵지만, 각성제나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꾸준히 병행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기면증 개선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과 각성 주기를 유지해야 한다. 음주나 야간 운동 등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