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에 韓 위축될 필요 없어...도전이자 기회" 왕년 통상왕들의 조언
2024.11.11 10:54
수정 : 2024.11.11 10: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 재선이 정부와 국내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면서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 좌담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경제 통상 과제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상무관으로서 한미FTA 개정협상, 철강232조 등 직접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1기 당시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한미 FTA 활용방안과 미래 △보편관세 가능성 △IRA와 반도체법 등 통상정책 이슈 △미·중 관계 등 대외정책 등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과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눴다.
김종훈 제19대 국회의원은 "미국은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보편관세 도입 등을 통해 기존의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것은 대외관계 전반과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서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개정 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 한미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 전 의원은 2007~2011년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신정부 통상정책에 대해 "IRA 관련,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으므로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으나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2기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취했던 중국 견제 조치는 그대로 두면서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1기 후반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대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트럼프 정부가 양자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적자"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무역적자국 8위인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1순위 고려 대상은 아니겠지만,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이어 타겟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통상정책의 키맨이었던 라이트하이저와의 협상 경험에 대해 "당시 미국 정부는 ① 동맹 여부는 무관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주요 기준 ② WTO⋅한미FTA 위반 여부는 개의치 않고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도입 가능 ③ 협상 요구 시 한두 달 내에 진전 없으면 조치 부과도 불사하는 빠른 속도감"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어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우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나 우리 요구사항 반영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정부 협상팀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