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시신 숨기고 대리 소송에 이혼 판결 낸 대법 "사망 사실 인지 못해"
2024.11.11 14:30
수정 : 2024.11.11 14:30기사원문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부친이 의붓어머니와 이혼 소송 과정 중에 사망하자 아들이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한 뒤 대신 소송을 이어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11일 재판 당시 사망 사실을 인지할 방법이 없었으며, 당사자의 재심 청구 외에 법원이 직권으로 판결 효력을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2021년 6월 별거 중에 있던 배우자 B씨에게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23년 이혼청구를 받아들여 재산분할을 명령했다. 이후 B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2심이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B씨는 2심 판결도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4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항소심 소송 도중 사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A씨의 아들은 지난해 9월 집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지만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해왔다.
당시는 2심 소송이 진행중으로, 이후 아들이 A씨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원은 망자를 대상으로 2심과 3심 판결을 내린 셈이 됐다. 일반적으로 소송 당사자가 사망하면, 사망 사실을 법원에 통지하고 소송이 종결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러한 사건이 있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A씨의 사망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상대방 당사자가 사망 사실을 법원에 알려 소송종료 선언으로 종결되는 사례는 많이 있으나, 이와 같이 범죄가 연루된 사건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에 대한 주민조회 권한이 없어 직권으로 판결 선고 전 당사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B씨도 A씨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대리인이 변론을 이어가는 사건에서 A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가사소송법 7조는 '변론기일 등에 소환을 받은 당사자는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출석해야 한다'고 정했다.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 반드시 본인이 출석해야만 재판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향후 법개정을 통해 보안대책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출석의무를 강화하거나 판결선고 시 당사자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하여 볼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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