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참여한 사우디 네옴시티 또 흔들, CEO 돌연 사임

      2024.11.13 12:48   수정 : 2024.11.13 12: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의 수장 및 중역들이 최근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외신들은 자금 부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네옴시티 사업이 경영진 교체로 더욱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투자기업인 네옴 컴퍼니(이하 네옴)는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나드미 알 나스르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네옴은 나스르의 사임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모회사인 사우디국부펀드(PIF) 소속의 아이만 알 무다이퍼가 CEO 대행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무다이퍼는 PIF의 지역 부동산 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다.
네옴은 “우리는 새로운 업무 수행 단계에 들어섰으며 새로운 지도부는 우리 사업의 전반적인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성과 민첩성, 사업 지속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옴은 이날 내부 e메일 공지를 통해 이번 인사가 “이사회에서 내린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8년에 나스르를 네옴 CEO로 임명했다. 나스르는 1990년대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의 유전 확장 사업과 2000년대 대학 단지 건설을 지휘했다.

나스르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공격적이고 거친 경영 스타일로 유명했다. 관계자는 나스르가 알려지지 않은 핵심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물러났다고 전했다.

WSJ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네옴이 기업문화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 9월 보도에서 네옴의 웨인 보그 미디어 전무이사가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그는 지난 여름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연이어 사망하자 “사람들이 죽어 일요일 밤에 회의를 해야 한다”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옴에서 ‘더 라인’ 개발을 이끌던 안토니 비베스 최고도시개발책임자는 과거 스페인에서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계속 네옴에서 근무해 논란을 빚었다. WSJ는 보그와 비베스가 최근 몇 개월 사이 네옴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네옴의 경영진 이탈은 현재 진행중인 네옴시티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빈 살만이 이끄는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16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경제 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네옴시티와 더불어 수도 리야드에 2030년까지 활주로 6개를 갖춘 ‘킹 살만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건설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쪽 타부크주 홍해 인근 사막에 서울의 44배 규모인 2만6500㎢ 의 부지에 조성하는 저탄소 신도시다. 네옴시티는 바다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와 더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양광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된다.

이 가운데 더 라인은 길이 170km, 폭 200m, 높이 500m에 달하는 초대형 건물이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건물 안에 150만명이 거주하는 친환경 신도시를 만든다고 주장했으나 세계 주요 건축 관계자들은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네옴시티 관련 예산은 대부분 PIF에서 지분 투자 형태로 조달된다고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PIF의 현금은 지난해 9월 기준 150억달러(약 21조원)로 2022년(500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었던 사우디는 국제 유가가 정체되는 가운데 정부 지출이 늘면서 2022년 말부터 재정 적자에 빠졌다. 네옴시티 사업 비용은 발표 당시 5000억달러(약 703조원)로 추산되었으나 최근에는 최대 1조5000억달러로 늘어났다. 영국 BBC는 지난 6월 익명의 사우디 정부 고문을 인용해 정부가 조만간 네옴시티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며 사업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네옴시티 사업 규모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빈 살만은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으며 한국 기업들과 비전 2030 사업을 논의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한국의 기관 및 기업들과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업무협약(MOU) 26개를 체결했고 상당수가 네옴시티 관련 사업이었다.
MOU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금액은 지난 4월 기준 1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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