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대학병원 은퇴간호사들 영입해 현장 지원

      2024.11.13 10:42   수정 : 2024.11.13 10: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정갈등에 따른 대학병원 진료 차질로 지역 종합병원들의 입원환자가 급증하면서 업무가 가중된 간호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며 임상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부산 온종합병원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병원 은퇴간호사들을 적극 영입해 고질적인 간호사 구인난에 숨통을 터고 있다.

온종합병원에는 13일 현재 고객지원센터 정복선 간호사를 비롯해, 내시경실, 수술실, 장기이식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등에서 모두 7명의 은퇴간호사들이 재취업해 ‘세 번째 스무 살’의 간호사 삶을 살고 있다.

올해로 입사 3년차인 ‘베테랑 새내기’ A간호사는 지난 2022년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정년퇴직한 후 온종합병원 내시경실에서 다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A 간호사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소로 다가가 검사 전 주의사항들을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해서 공복인데다, 혹시 검사하면서 나쁜 병이라도 발견될까 조바심 내는 환자들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내시경검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의료진에게 연락하고 환자들을 대기시키는 일까지, 검사 이후엔 수면마취 탓에 주치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차 결과를 들려주고 외래 예약까지 도와준다.

A 간호사는 “하루 50여 건을 치르다 보면 파김치가 되고 의사인 아들도 제발 쉬라고 하지만, 은퇴하고도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혜택 받은 직업인 아니겠느냐”고 감사해했다.

온종합병원 중앙수술실 회복실에서 일하는 B 간호사도 대학병원 출신 은퇴간호사로 재취업했다. 3년 전부터 회복실에서 후배들과 손발을 맞추고 일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잠시 떠났다가, 최근 다시 임상현장으로 돌아오자 후배들이 반가워서 B 간호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만큼 신구세대의 관계가 돈독하다.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은 자식뻘이어서 B 간호사는 후배들을 엄마 리더십으로 대한다.

역시 수술실에서 일하는 C 간호사도 수십 년 대학병원 수술실 간호사를 거쳤으며, 잠시 대학에서 예비간호사들을 가르치다가 다시 임상 현장이 그리워서 ‘친정 같은’ 수술실로 돌아왔다. 부산대병원에서 정년퇴직한 정복선 간호사는 올해로 온종합병원 고객지원센터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고객지원센터는 환자 안내에서부터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과의 진료 협력 업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고객 치다꺼리를 도맡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들을 외래진료실이나 각종 검사실로 직접 모시고 다니면서도 정 간호사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60세 이상 간호사 중 은퇴 후 재취업한 간호사는 약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면허 간호사 수의 약 5.2%에 해당한다.
하지만 은퇴 후 재취업 간호사의 근무지는 요양병원, 요양원, 보건소 등이며 급성기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장)은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지역 종합병원들은 해가 갈수록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베테랑 간호사들의 지역 종합병원 재취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라며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정년도 연장되는 상황인 만큼 은퇴간호사들의 재취업을 적극 호소했다.


온종합병원은 지역 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지난해 700병상을 허가받았으나, 간호사 구인난으로 풀 베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300명의 간호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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