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을 든 편의점 강도 어리바리 행동에 경찰도 갸우뚱
2024.11.13 17:00
수정 : 2024.11.13 19: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심야에 편의점에서 낫을 꺼내 들고 종업원을 위협한 뒤 도시락과 담배, 약을 가져가려던 30대가 출동한 경찰 앞에서는 낫을 버리고 수갑을 차겠다며 두 팔을 내미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북부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아울러 A씨의 범행 상황을 담은 편의점 CCTV 영상과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도 함께 경찰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은 A씨가 지난 10월 29일 오전 3시 48분께 울산 북구 매곡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간 뒤 낫을 꺼내드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A씨는 물건을 챙겨 계산대 앞으로 다가간 뒤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낫을 주섬주섬 꺼내들고 종업원을 위협한다. 낫이 좀처럼 옷에서 잘 빠지지 않아 버벅거리기까지 했지만 위협하는 모습은 분명해 보였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물건을 챙긴 뒤 낫을 다시 허리춤에 감춘 A씨가 편의점 밖으로 나와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출동한 경찰 순찰차가 보이자 A씨는 특이한 걸음으로 순찰차 앞으로 다가오면서 허리춤에서 낫을 꺼냈다. 그런데 위협이라기보다는 낫 손잡이를 순찰차 쪽으로 보여주며 오히려 경찰관에게 건네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본 경찰관이 테이저건으로 자신을 겨누면서 다가오자 A씨는 낫을 도로에 던지고 돌아서서 자신의 두 팔을 뒤로 내밀었다. 수갑을 채우라는 모양새였다.
강도 짓을 한 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을 기다렸다가 일부러 체포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는 영상이었다. 경찰도 영상에서 A씨가 편의점에서 나와 경찰을 기다린 듯하다고 설명을 달았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경찰 순찰차 3대가 신고 접수 4분 만에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자 도망갈 수 없다고 판단해 순순히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여죄 수사를 통해 추가 범행도 확인했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A씨는 노숙 생활 중 교도소에 가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특수강도 혐의로 청구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 됐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