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에게 '구조조정' 맡긴 트럼프, '충성' 최우선으로 인사
2024.11.13 16:28
수정 : 2024.11.13 16: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1주일 만에 주요 부처 인사를 발표하며 재집권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 1기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 및 장성들과 자주 다퉜던 그는 이번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해당 분야 전문가 대신 열성 지지자들을 요직에 앉혔다.
'정부효율부' 수장 오른 머스크, 예산 삭감 칼 쥐어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연방 정부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정부를 위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 구하기' 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정부효율부가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에 대해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며 백악관과 예산관리국(OMB)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전에 없던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효율부의 업무가 "늦어도 2026년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효율부는 이름은 '부(Department)'지만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다. 만약 머스크가 공식 부처의 장관이 되려면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공직자 윤리 규정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테슬라 지분을 신탁하거나 팔아야 한다. 현지 매체들은 "정부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정부효율부가 '블루리본위원회(BRC)'와 비슷한 조직이라고 추정했다. BRC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자문기구로 역대 여러 정권에서 존재했다. BRC는 자체 행정권이 없으며, 위원회 창설 목적에 맞는 권고안을 만들어 대통령 및 정부에 제출할 때까지 정치적 독립이 보장된다. BRC는 일반적으로 보고서 제출 이후 해체되며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공직자 윤리 심사가 필요없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유세에 참석해 자신이 차기 정부에 합류할 경우 최소 2조달러(약 2811조원)의 정부 예산을 삭감한다고 공언했다.
전문성보다 충성 따져...외교·안보 파격 인사
머스크와 라와스마니 모두 기업가 출신으로 공직과 인연이 없는 인물들이지만 트럼프 승리에 기여한 충성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 후보를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55억원)를 후원했다. 제약사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립한 라와스마니는 올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1월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번 인사에서 충성도를 기준으로 후보를 고른다고 분석했다. 초보 정치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던 트럼프는 2017~2021년 1기 정부 당시 고위 공무원 및 장성 출신 각료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항명 및 기밀 유출 의혹에 시달렸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정부 당시 자신에게 반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은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외교·안보 인사였다. 트럼프는 12일 성명에서 신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랫클리프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냈던 대표적인 트럼프 옹호자다. 그는 과거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주)을 지냈으나 트럼프 정부에 참여하기 전에는 정보부서와 관련 없는 법조계 인물이었다.
같은날 트럼프는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공화당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다. 올해 50세인 왈츠는 참전용사 출신이지만 장성이 아닌 예비역 대령이다. 그는 반(反)중국·고립주의를 주장하며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
12일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도 소령으로 제대한 참전용사였다. 44세의 헤그세스는 은행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육군에 입대했으며 현재는 우파 성향이 강한 폭스뉴스에서 8년째 뉴스 진행자를 맡고 있다. 트럼프는 헤그세스 지명에 대해 "그가 키를 잡고 있는 한 미국의 적들은 '미국 군대는 다시 위대해질 것이며,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는 경고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놈 역시 코로나19 당시 트럼프와 함께 마스크를 거부했던 충성파 중 하나다.
트럼프의 인사 원칙은 11일 공개된 외교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차기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주)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스테파닉은 트럼프 지지자지만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트럼프는 12일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로 개신교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11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차기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을 지명한다고 예측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