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세에 '소방수' 된 연기금...수익률 견조
2024.11.13 16:53
수정 : 2024.11.13 16: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증시가 '패닉'에 빠져든 상황에서도 '큰 손' 연기금은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삼성전자 등 종목을 중심으로 5000억원 넘게 대량 매집하는 등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수익률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기금, 외인 매도 '소방수'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5일 미국 대선 이후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총 54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별로 지난 5일 262억원, 8일 223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제외하고 꾸준히 사들였다. 특히 지난 12일 1573억원, 이날에도 1106억원어치 각각 담으며 순매수 폭을 키웠다.
이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량 매도 등으로 국내 증시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서다. 연기금은 통상 증시 불안정에 대응해 불씨를 꺼트리는 '소방수'로 통한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고 코스피는 2588.97에서 2417.56로 6.62%, 코스닥은 754.08에서 689.87로 8.52% 각각 빠졌다. 코스닥 700선 붕괴는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1조7812억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순매도액만 1조4147억원을 넘겼다.
네이버·방산·조선 주로 담아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도 지켜낸 모습이다. 연기금이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NAVER(578억원), 삼성전자(508억원), LG에너지솔루션(50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79억원), 한화시스템(342억원), 두산에너빌리티(288억원), 한국항공우주(262억원), 대한항공(218억원), SK하이닉스(195억원), 삼성중공업(192억원) 등 순이었다.
이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순매수 금액을 가중평균해 산출한 수익률은 3.99%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 직후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졌지만 지난 9월 2.20%를 기록한 것에 비해 선방했다.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연기금 지난 10월 수익률은 5.11%였다.
'트럼프 트레이드' 대표주자로 꼽히는 방산·조선주 비중을 늘린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확정짓고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한 트럼프 정부 특성상 글로벌 방위 산업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시스템(48.05%), 두산에너빌리티(1.72%), 한국항공우주(12.39%), 삼성중공업(16.74%) 등이 효자 종목이었다. 이와 함께 연기금이 최근 적극 담기 시작한 NAVER도 3.29% 상승해 수익률을 견인했다. 트럼프 피해주로 꼽히는 삼성전자(-12.15%), SK하이닉스(-5.33%) 등 반도체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5.75%) 낙폭을 상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