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협상카드 된 한반도..南 무기지원 vs 北 파병확대
2024.11.14 06:00
수정 : 2024.11.14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을 위한 담판을 짓겠다고 밝혀와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 무기지원과 북한군 파병 확대 가능성이 협상카드가 될 전망이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1만명 이상 북한군이 우크라 전쟁 최전선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파병된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북러가 ‘상호 유사시 군사지원’이 담긴 조약을 비준한 데 따른 대응으로 읽힌다.
북러는 조약을 근거로 파병을 정당화하고 그 규모도 키울 공산이 크다. 이에 미국이 나서 북한군 전투 개입 사실을 드러내 적극 대처할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미국의 대응책에는 우리 정부가 경고한 우크라 무기지원도 포함돼있다는 게 외교가의 전언이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 전쟁 종전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나라의 무기지원이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 대화로 끌어내는 대외정책을 운영한다. 때문에 우크라 전쟁의 경우 우리나라의 무기지원은 러시아를 압박할 좋은 카드”라며 “동시에 우크라에는 종전 협상에 협조하지 않으면 무기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정부도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 전쟁 종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기지원 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크라전 대응 관련) 급하게 정책을 바꿔야 하는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며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러조약을 근거로 북한군 파병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전 종전을 서두르는 입장인 점을 겨냥해 북한군 투입으로 얼마든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오히려 먼저 푸틴 대통령에게 종전을 앞당겨줄 테니 북한군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트럼프를 상대로 푸틴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해 협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나라의 무기지원과 북한군 파병은 부차적인 요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 무기지원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에서 나오고, 파병된 북한군 규모는 1만여명이라 전세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는 점에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우리의 무기지원이 큰 카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무기지원이 끊기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한국의 무기지원은 보조적인 카드”라며 “마찬가지로 북한군 파병도 전세를 뒤집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의 보조적인 카드”라고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