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는데 힘 못쓰는 '코스피'…유동자금 어디로
2024.11.15 06:02
수정 : 2024.11.15 06:02기사원문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통화 유동성 지표인 통화량(M2)이 16개월 연속 증가하며 시중에 돈이 꾸준히 풀리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선 가운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이 늘어난 결과다.
문제는 최근 증시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넘쳐나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거나, 미국 증시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증시 부양 대책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M2(광의통화, 평잔)는 전월대비 8조1000억원 늘어난 407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M2는 지난해 6월(+0.3%)부터 반등에 나서 16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대비 증가율은 0.2%로 8월(+0.2%)와 동일하다.
세부적으로는 언제든지 출금이 가능한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7조2000억원(+1.1%) 늘었고,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8조6000억원(+0.5%) 증가했다. 기타 통화성 상품도 5조원(+2.4%) 증가했다.
계절적 영향이 제거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5.9%로 직전월(6.1%)에 이어 6개월 째 6%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포함해 시중 통화량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금 유치 노력에 나서며 정기 예적금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예금 금리 고점에 따른 소비자의 예적금 수요가 더해진 결과"라고 말했다. 9월에는 재무 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 자금 유입 영향도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가계대출 수요도 주요 원인으로 짚는다. 8월까지 거침없이 상승하던 집값이 9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에 상승세가 주춤하자 예적금 등에 쏠리며 일단 관망 수요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증시 불안에 투식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8월 초 '블랙먼데이' 당시 25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는 9월에도 2500~2600선에서 등락하며 반등하지 못했다. 이 결과 9월 M2 중 수익증권 계정은 1300억원 느는데 그쳐 3개월째 상승폭이 축소됐다.
문제는 한은이 지난달 38개월 만에 긴축을 마무리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시 불확실성에 주식 시장으로의 유입은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최근 코스피는 8월 블랙먼데이 당시보다 더 낮은 2400대로 꼬꾸라졌다.
실제 최근에는 국내 증시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초 59조원을 넘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49~51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총 거래대금은 21조원을 돌파하며 덩치를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부해진 유동성이 미국 증시, 가상화폐시장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 증시로의 유도책이 절실하다고 본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풍부해진 자금이 미국이나 코인으로 가는 현상은 기업 금융 현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내 주식시장 턴어라운드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자본 시장 선진화(밸류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통화 정책 당국도 금융 안정을 고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금리를 인하했을 때 다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급증세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가계대출 관리 정책을 강하게 펼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과 금투세 폐지 등 증시 부양 대책도 필요하지만, 첨단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주식 시장 투자 환경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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