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역 살인예고’ 협박범 잡혔다…정체가 사이트 직원 '황당 자작극'

      2024.11.15 11:37   수정 : 2024.11.15 11: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야탑역 살인예고글' 게시 후 두 달 만에 체포된 작성자의 정체가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익명 사이트 운영 20대 직원 긴급체포

15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이트 운영자 B씨, 다른 관리자 2명 등 20대 남성 3명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차리고 미국에 서버를 둔 C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공조를 통해 운영자 계정으로 미국 서버에 로그인한 IP의 접속 위치를 전달받은 경찰은 지난달 29일 서울 사무실 소재를 파악해 B씨 등 3명을 검거하고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운영자 B씨 등은 당초 협박범을 찾기 위한 경찰 수사의 참고인 신분이었다. 경찰은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올라온 당일 수사 협조를 위해 B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B씨는 "우리도 글쓴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협조를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사이트 홍보 위해 범행"...대표와 공모했는지 조사 중

추가 수사를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이달 13일 오후 5시50분께 서울의 한 거리를 지나던 A씨를 발견해 56일 만에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B씨 등이 A씨와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거나 지시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대학 동창 혹은 업무를 통해 만난 사이로, 모두 또래 남성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일부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B씨 등은 마찬가지로 사이트 홍보를 위해 게시판에 올라온 음란 사이트 링크 등을 방치한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받고 있다.

"30명 찌르겠다" 살인예고글에 180명 투입

A씨는 지난 9월 18일 자신이 관리하는 C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해당 게시물은 캡처된 형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포됐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역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범행일로 예고한 같은 달 23일에는 기동순찰대와 기동대, 자율방범대 등 180여명의 인력이 일대 순찰에 동원됐다. 이후 동원 인력은 줄었지만 작성자를 체포하지 못해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순찰을 강화,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받았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글로 인해 실제 발생한 피해는 없지만, 해당 지역민에게 불안감을 줬고 공권력 낭비가 심하게 발생했다"라며 "협박죄는 위해를 고지하기만 해도 죄가 성립하는 만큼 어떠한 이유라도 흉기 난동 등의 글을 작성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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