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심 반전 모색 또는 재판 지연… 이재명 앞 두개의 선택지
2024.11.17 19:04
수정 : 2024.11.17 19:04기사원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대권 행보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차기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10년간 선거 출마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는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으나, 2심과 상고심 결과도 사실상 예단하기 어렵다.
■확정판결 미루는 전략 취하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한정진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게 내린 형량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핵심은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0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의원직도 당연히 잃게 된다.
이 대표가 꺼낼 수 있는 법적인 전략은 두 가지로 제시된다. 우선 상급심에서 1심 선고를 뒤집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다. 통계적으로 하급심의 유죄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힐 확률이 낮다. 감형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현재 상황에선 미지수다.
남은 카드는 다음 대선인 오는 2027년 3월 이후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미루는 전략이다. 이 대표 측은 이미 1심 공판에서도 후 증인 여러 명 내세웠고 재판 연기, 재판 불출석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괴정에서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1심 결론은 2년 2개월 만에 결론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기소 후 1심 재판을 6개월 이내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끝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이었으면 갑자기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절차를 미루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재판 결론을 늦추겠다는 목적이 명확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25일 가장 까다로운 '위증교사' 결론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당장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위증교사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 김진성씨가 "당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김씨는 이 대표의 요구대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선고 직전까지 예상이 분분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달리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의혹은 비교적 혐의가 명확하다는 해석이 많다. 당장 위증의 당사자인 김씨가 이 대표가 시켜서 위증했다며 자백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 위증을 부탁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치인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최근 "공판준비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비춰보면 이렇게까지 재판이 지연되는 건 처음 본다"고 토로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